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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보다 경제 생각할때/박보균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무역수지적자와 물가불안에 대한 당정간의 뚜렷한 시각차 속에 박태준 민자당최고위원이 2일 『6공출범 당시 1백50억달러 흑자를 인수했는데 다음 정권에 1백억달러 적자를 넘겨주면 큰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제비관론을 대변했다.
당내 실물경제통인 박최고위원은 경제정책기조에 비판과 우려를 계속해왔는데 이날 당직자 회의에서 권력이양의 대차대조표를 비관적 전망으로 제시함으로써 자체경고를 했다.
박최고위원의 발언은 6공정권이 민주화 진전을 업적으로 남긴다해도 경제쪽에서 죽을 쑤면 민주화 쪽이 일그러질 수 밖에 없다는 경종으로 들린다. 이 회의에서 서상목 정조2실장은 『경제문제가 잘못되면 다른 모든 분야까지 빛을 잃는다』고 뒷받침했다.
박최고위원의 얘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6공은 물가안정과 국제수지흑자를 5공으로부터 인수해 경제쪽에선 순탄하게 출발했다. 경제가 뒤를 밀어주지 않았다면 민주화와 「북방」에서의 추진력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경제낙관론자들은 『5공이 경제안정을 내세워 사회간접투자를 소홀히해 6공경제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5공경제의 내면을 평가절하해왔지만 그나마도 까먹고 경제를 되살리지 않는한 6공정부의 민주화실적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여권내 상황진단까지 나온것이다.
그동안 청와대나 여권핵심부의 관심도 우선 순위에서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나있는 느낌을 주어왔다.
청와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집권후반기의 권력누수현상이고 민자당지도부의 생각 역시 차기 대권후보 문제에만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와 힘겨루기를 하고 아무개는 아무개와 결탁했다느니 하는 내부의 권력투쟁,언제 국회의원선거를 하고 후계자선출 전당대회가 언제냐는 정치일정에 관한 궁리에만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경제가 어떻게 되든,사회기강이 흔들리든 별 상관이 없고 그저 대권꿈이나 꾸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타격을 받아 나라가 주저앉아버리면 그 책임이 누구에 있겠는가.
6공정부가 국가관리의 대차대조표에 대한 짜임새있고 심각한 접근을 해야하듯 차기를 노린다는 인물들도 국가경영에 대한 식견과 충정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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