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중시하는 경영풍토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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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이 세계적 경제대국의 대열에 올라섰으면서도 세계 여러나라로부터 충분히 대접을 못받고 있는 것은 전세계를 공존공영으로 이끌 정신적 이념을 갖추지 못하고 펀협한 국가이기주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에서 아직도 세계적인 사상가·정치인·학자등이 거의 배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단적으로 그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기업경영인중에서는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인물이 많다.
2차대전후 패전 일본의 어려운 환경에서 혼다자동차의 혼다, 소니의 모리타, 파낙의 이나바사장등은 창업경영인으로 새로운 경영신화를 만들면서 일본기업을 세계적 선도기업의 대열에 올려놓은 세계적 기업인들이다. 이들은 모두 기술창업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소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비롯, 트리니트론TV·워크맨·VCR·캠코더등 무수히 많은 세계최초의 신제품을 내놓아 일본기업의 성가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비록 VCR의 베타막스형이 마쓰시타의 VHS형에 밀리는 패배를 겪기는 했지만 마키팅력을 높이고 다시 기술력으로 캠코더의 선행개발에 성공해 마쓰시타를 「마네시타」(흉내쟁이)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기술중시의 경영이 궁극적인 기업발전의 원동력임을 보여주었다.
파낙의 이나바사장도 동경공대출신으로 일찍이 로봇의 세상이 올것으로 판단, 이 분야의 기술개발에 전심전력해 세계 최초로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생산공장을 후지산 기슭에 지어 이곳을 세계적 명소로 만들었을뿐 아니라 1인당 매출액규모도 같은 업종의 2배로 올렸고 매출액의 절반에 가까운 경상이익률을 내는등 신화를 쌓아나가고 있다.
이런 기술자출신의 세계적 기업인중에서 지난 8월초에 타계한 혼다 소이치로는 단연 돋보이는 현장기술중시의 경영인이었다. 국민학교 졸업의 학벌로 전후에 본전기연을 창립해 64년 세계제일을 선언한지 몇년후 정말로 세계제일의 오토바이를 만들어 그랑프리에서 우승함으로써 그를 비웃는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후 자동차회사로는 최초로 미국에 진출하면서 현지주의를 내걸어 이익배당을 모조리 현지에 재투자하는 일본기업으로서는 드문 조치를 취해 미국내에서는 도요타자동차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편 혼다는 기술논쟁에서 후배기술자에게 뒤지게 되자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과감히 사장직에서까지 물러나 훌륭한 태도를 보였다.
노자의 가르침대로 혼다는「어머니의 위대함」, 즉 낳기는 하되(혼다의 창업)소유는하지 않는 (혼다 사장직으로부터의 은퇴) 본보기를 보였을뿐 아니라 은퇴후 혼다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으면서 교통안전등 사회봉사에 헌신했다는 점이 더욱 돋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건에서는 세계적 정치인이나 사상가등이 당분간 나오기 힘들다고 볼때 우리의 희망은 일본과 같이 세계적 기업경영인이 배출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세계제일의 기술적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중시의 기업경영인이 나와 산업을 활성화함으로써 어지러운 정치속에서나마 국제경쟁력을 지탱해나가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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