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은행을 넘보고 있다. 은행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월급 통장이 증권사로 넘어오는 추세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서다. CMA는 증권계좌에 자산관리 기능과 은행의 부가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이다. 계좌 잔액을 머니마켓펀드(MMF).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투자해 하루만 예치해도 4% 안팎의 이자를 지급한다. 현재 은행 보통예금 이자는 1%선에 불과하다. 매력적인 수익률 덕분에 CMA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CMA 잔액은 1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 말 5조 원 수준이던 규모가 4개월 만에 두 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계좌수도 104만 개에서 165만 개로 증가했다.
◆ 진화하는 CMA=대부분의 증권사 CMA는 월급이체, 공과금 자동납부, 자유로운 입출금 등 은행 보통예금 통장과 동일한 기능을 갖췄다. 여기에 공모주 청약 자격을 부여하는 등 증권사 만의 특성을 덧붙였다. 대개 월 10만 원 이상 적립식 펀드 자금을 CMA 계좌에서 자동이체하면 온라인 이체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최근에는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체크카드를 출시한 곳이 많다. 체크카드로 결제할 경우 현재 연소득의 15%를 초과하는 금액의 15%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가 서비스도 더했다. 삼성CMA체크카드는 카드 사용액의 1500원 당 대한항공 1 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 현대CMA체크카드는 사용금액의 0.5~1%를 포인트로 적립, 매월 이를 CMA계좌에 현금으로 돌려준다.
휴대폰으로 CMA 거래를 할 수도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SK텔레콤.KTF와 제휴를 맺고 휴대폰만 있으면 CMA 계좌에서 은행이체.잔고조회.RP매매 등을 가능하게 했다.
심지어 대출까지 가능해 졌다. 신영증권은 CMA 계좌 내 보유하고 있는 주식.채권.ELS를 담보로 최고 1000만원까지 긴급자금을 대출해 준다.
또 서비스 신청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대금 등 결제시 잔고가 부족하거나 야간에 긴급한 계좌 이체가 필요할 경우 자동으로 대출을 가능하도록 했다. 대출금리는 8%. 한화증권과 SK증권도 은행과 연계해 신용 대출을 해준다.
◆ 이율만 따지다가는…=그러나 무턱대고 월급 통장을 CMA로 옮겨서는 곤란하다. 이자만 보고 CMA로 옮겼다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거래 고객에게 주는 금리 우대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 대부분 받은 월급은 통장에 들어오자마자 카드대금.펀드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높은 금리의 실익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또 CMA별 투자 유형을 살펴야 한다. RP에 투자하는 CMA는 확정 금리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MMF에 투자하는 CMA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운용을 잘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지만 실적이 나쁘면 수익률은 더 내려갈 수 있다. 종금형 CMA는 유일하게 예금자보호법(5000만원까지 보장)의 보호를 받는다.
통장 잔고가 많지 않다면 수수료 면제 혜택을 고려하는 게 좋다. 동양종금의 경우 우리은행.농협.신한은행 연계 카드로 영업외 시간에 해당 금융기관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 써도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
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