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 커지는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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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증권사가 은행을 넘보고 있다. 은행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월급 통장이 증권사로 넘어오는 추세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서다. CMA는 증권계좌에 자산관리 기능과 은행의 부가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이다. 계좌 잔액을 머니마켓펀드(MMF).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투자해 하루만 예치해도 4% 안팎의 이자를 지급한다. 현재 은행 보통예금 이자는 1%선에 불과하다. 매력적인 수익률 덕분에 CMA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CMA 잔액은 1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 말 5조 원 수준이던 규모가 4개월 만에 두 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계좌수도 104만 개에서 165만 개로 증가했다.

◆ 진화하는 CMA=대부분의 증권사 CMA는 월급이체, 공과금 자동납부, 자유로운 입출금 등 은행 보통예금 통장과 동일한 기능을 갖췄다. 여기에 공모주 청약 자격을 부여하는 등 증권사 만의 특성을 덧붙였다. 대개 월 10만 원 이상 적립식 펀드 자금을 CMA 계좌에서 자동이체하면 온라인 이체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최근에는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체크카드를 출시한 곳이 많다. 체크카드로 결제할 경우 현재 연소득의 15%를 초과하는 금액의 15%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가 서비스도 더했다. 삼성CMA체크카드는 카드 사용액의 1500원 당 대한항공 1 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 현대CMA체크카드는 사용금액의 0.5~1%를 포인트로 적립, 매월 이를 CMA계좌에 현금으로 돌려준다.

휴대폰으로 CMA 거래를 할 수도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SK텔레콤.KTF와 제휴를 맺고 휴대폰만 있으면 CMA 계좌에서 은행이체.잔고조회.RP매매 등을 가능하게 했다.

심지어 대출까지 가능해 졌다. 신영증권은 CMA 계좌 내 보유하고 있는 주식.채권.ELS를 담보로 최고 1000만원까지 긴급자금을 대출해 준다.

또 서비스 신청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대금 등 결제시 잔고가 부족하거나 야간에 긴급한 계좌 이체가 필요할 경우 자동으로 대출을 가능하도록 했다. 대출금리는 8%. 한화증권과 SK증권도 은행과 연계해 신용 대출을 해준다.

◆ 이율만 따지다가는…=그러나 무턱대고 월급 통장을 CMA로 옮겨서는 곤란하다. 이자만 보고 CMA로 옮겼다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거래 고객에게 주는 금리 우대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 대부분 받은 월급은 통장에 들어오자마자 카드대금.펀드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높은 금리의 실익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또 CMA별 투자 유형을 살펴야 한다. RP에 투자하는 CMA는 확정 금리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MMF에 투자하는 CMA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운용을 잘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지만 실적이 나쁘면 수익률은 더 내려갈 수 있다. 종금형 CMA는 유일하게 예금자보호법(5000만원까지 보장)의 보호를 받는다.

통장 잔고가 많지 않다면 수수료 면제 혜택을 고려하는 게 좋다. 동양종금의 경우 우리은행.농협.신한은행 연계 카드로 영업외 시간에 해당 금융기관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 써도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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