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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사태 대응에 분주한 정부/“관망”속 정책손실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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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 연방」대비 각공화국들과 교섭 확대/소 빠진 동북아정세 변화도 외교과제
소련 공산당 해체와 그 이후의 급격한 정세변화로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소련사태가 동북아 정세 전반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 분명하지만 아직도 분명한 전망을 하기 쉽지않고 우리의 특수사정을 감안할때 선진국들처럼 서둘러 주도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수도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무부는 연일 특별상황반을 철야로 가동하는 한편 이상옥 외무부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외무부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연방정부와 공화국간의 관계,그 관계의 설정에 따라 우리의 대소협력 패턴이 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새로운 불안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무부측의 분석에 따르면 공화국 독립이 가속화될 경우 러시아인들이 이주해 정착한 카자흐공화국 북부와 우크라이나공화국의 크림반도,돈바스지방에 대한 러시아공화국의 주민보호 요구로 영토분쟁이 불가피하고,이같은 국경분쟁은 내전으로 발전할 소지도 안고 있다.
정부가 『발트해 3국은 역사적 배경으로 보아 다른 공화국과는 다르다』며 발트해 3국에 대한 독립만 예외적으로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연방이 온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교섭중인 신연방조약이 대부분의 권한을 공화국정부로 넘겨주게 돼 있고,심지어 기본원칙으로 「조약참가국들은 외국과 외교·영사·무역 등 관계를 직접 수립하고 전권대표를 교환하며 국제조약을 체결하고 국제기구활동에 참가할 수 있다」고 까지 규정해 국가연합정도의 느슨한 연방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경협을 예정대로 추진하되 실질적인 협력이 될 민간차원의 투자는 연방과 공화국간의 권한문제가 보다 분명해질 때까지 지켜볼 생각이다.
이미 연방정부와의 협의단계에 러시아공화국관리도 참여했던 어업협력협정은 9월17일 예정대로 체결키로 했으나 선린협력조약등 각종 협정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방침이다.
그렇더라도 공화국정부의 권한 강화라는 대원칙만큼은 분명해 9월6일 백러시아의 케비치 총리가 방한해 경제협력방안을 협의하는등 개별공화국과의 직접교섭은 더욱 확대돼 나갈 전망이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주시하는 또 하나는 소련의 변화가 몰고올 동북아정세의 변화다.
소련은 대내문제에 매몰돼 상당기간 대외문제에 영향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지역에서도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소련이 남길 힘의 공백을 일본과 중국이 차지하려고 뛰어들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들에 현상유지 정책을 수반시켜 남북한간의 긴장은완화시키더라도 상당기간 통일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의 수교로 남북관계를 현상유지시켜 소련의 변화가 동북아지역에서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면서 한중협력으로 일본이 아시아에서 독주하는 것을 저지하려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정부 관리들은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내부단속을 위해 어려움이 수반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한중관계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의 붕괴로 이념적인 위기상황에 빠지게될 뿐 아니라 대소 의존적인 경제구조로 경제적인 파국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일본에 대한 수교교섭에는 훨씬 적극적이 될 것이다.
또 이미 유엔가입,고려연방제 수정,대미·대일접근 등에서 보여준 현상유지적인 정책은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일본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남북동시승인의 고지를 먼저 차지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여 정부는 26일 일본을 방문한 유종하 외무차관을 통해 핵사찰·북한의 개방화등 이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신중을 기해 수교를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북한과 중국의 변화는 일­북한­한중수교를 가속화하는등 동북아지역의 세혁 재편현상이 나타나겠지만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외무부나 정부 관련부처의 조심스런 전망이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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