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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야 잘 풀린다

중앙일보

입력

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나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근면만을 요구하던 근대화시절의 이데올로기 탓이다. 무조건 성실만을 요구하다 보니 자고 있는 것보다 깨어 일하는 것만을 능사로 여기던 시기다.

그러나 잠은 에너지 충전을 위해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충전된 잠을 통해 원활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으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잠도 잘자야 한다. 오랜 시간 잤다고 충전량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좋은 잠이란 '몇 시간을 잤느냐'보다 '어떻게 잤느냐'가 중요하다. 의학적으로 좋은 수면이란 아침에 눈을 뜨고 5분쯤 후에 상쾌한 기분이 드는 상태를 말한다. 낮에 졸립거나 집중하기 어렵다든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등의 장애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이런 수면이 되려면 잠자리에 누워 5~10분내에 잠들 수 있어야 하며, 자주 깨지도 않아야 한다. 평균 수면시간을 보통 8시간 정도로 보고 있지만 하루 4~5시간만 자도 충분한 사람들도 있고, 9~10시간 이상을 자는 사람도 있다.

한창 성장 중인 나이일 때 잠을 적게 자면 성장호르몬이 멈춰 키가 클 기회가 줄어들거나 성장이 멈춰 더 빨리 늙을 수도 있다. 또 수면부족이 계속 진행되면 백혈구가 줄고, 면역시스템이 깨지며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비정상적으로 늘어 유방암에 걸릴 위험마저 있다.

이렇게 꼭 필요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을 '불면증'이라고 한다. 불면증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충전기가 고장난 증상이다. 불면증에 걸리면 무기력해지고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심지어 만성 피로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불면증에 걸리는 사람은 4가지 유형이다. 첫번째로 '심담허겁'이라 하여 예민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다. 심장과 담이 약해져서 불면증이 오게 된다. 대인관계를 두려워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에게 주로 있는 증상이다. 이런 경우는 담력을 튼튼히 하고 매사를 담대히 하며 늘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게 좋다. 한방에선 담과 심장을 강화시키는 '온담탕'을 사용하고, 신경 쓰는 일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으면 '위비탕'을 함께 처방한다.

두번째는 분노가 가득한 사람(긴양상항)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급성적으로 과다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에 발생한다. 이런 경우 잠을 자려고 누우면 화가 나고 분노가 치민다. 주먹이 쥐어지고 화가 난다. '분신기음'이란 처방을 사용하며, '육울탕'을 쓴다. 울화를 다스려 잠을 편히 자게 도와준다.

세번째는 급성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동반한 경우(간기울결)다. 분노보다는 매사가 내 탓이고, 복도 없고 못난 사람으로 자신을 간주하며 자기비하를 한다. 심하면 자살 까지도 생각한다. 이런 경우 처방은 기체를 풀어주는 향부자를 동변에 볶아서 사용하거나 증상에 따라 기가 허하면 '보중익기탕'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사려과다)이다. 현대인들의 대부분이 자기 전에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정리하다 잠에 들곤 한다. 그러나 이런 일상의 반성이 길어지면 불면증이 온다. 이 경우 산조인이란 멧대추 씨앗이 있는데 이를 볶아서 사용한다. '인숙산'이나 '천황보심단' 등도 효과가 있다.

불면은 스트레스 해소의 길을 가로막는다.결국 스트레스 악순환을 가져온다. 불면치료의 가장 큰 핵심은 끊임없이 잠을 못 자게 괴롭히는 근심·걱정·화를 어떻게 어깨에서 내려놓을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불면증은 의식할 수록 더 심해지는 질병으로 잠에 대한 강박관념이 오히려 병을 부추길 수 있다. 잠을 자기 전 간단한 운동으로 몸의 피로를 풀거나 따뜻한 물로 발을 씻으면 하루 종일 생각이 많았던 머리속도 맑아지고 쉽게 잠을 청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된다면 고통스러운 불면증에서 해방될 수 있다. 편안한 잠자리는 스트레스 탈출의 입구이자 출구이기도 하다.

◇임형택 자문의
- 경희대 한의대 졸,동대학원 졸
- 경희대 한의과대 외래교수
- 현 자하연한의원 소울클리닉 원장
- www.jaha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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