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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의 청렴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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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 대강당에선 다소 생뚱맞은 행사가 열렸다. 건설교통부 직원 850명을 모아 놓고 치른 행사는 '건교부 청렴실천 결의대회'. 행사 1시간30여 분 동안 건교부 직원들은 청렴을 실천하겠다며 결의문을 채택했다. 국토관리청 등 소속기관을 포함한 전 직원(3800여 명)은 금품 수수 등과 관련한 공무원행동강령을 어겼을 경우 징계 등의 처분은 물론 인사와 성과급 지급 시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제출했다. 또 3m 크기의 전나무 두 그루를 '청렴나무'라 이름 붙인 뒤, 나뭇가지에 자신의 명찰을 다는 '청렴나무에 이름 달기' 행사도 진행됐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이런 결의대회를 해야 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관이 말한 '안타까운 현실'이란 국가청렴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청렴도 측정'에서 건교부가 2005년 33개 기관 중 30위, 지난해엔 34개 기관 중 30위를 기록한 것을 지칭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명노 건교부 감사관은 "부처 특성상 인.허가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것이 많다 보니 좋은 점수 받기가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마따나 부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도무지 이해 안 가는 일들이 있다. 허술한 청약 관리 때문에 7채의 집을 가진 사람 등 수십 명의 부적격자가 아파트를 당첨받는가 하면, 건교부 소속기관 공무원들의 비리 행위가 매년 단골로 적발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건교부가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은 공무원보다 국민이 더할 것이다. 이 장관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장관은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등 요직을 거치면서 노무현 정부의 '혁신 전도사'를 자처해 왔다. 취임사에만 '혁신'을 23번 언급했을 정도다.

그러나 막상 이 장관의 취임 후 행적은 그런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그는 집무실 인테리어를 바꾸고, 별도 인력을 두어 자신의 블로그를 관리하게 했다. 장관 취임 뒤 개편된 건교부 홈페이지엔 늘 그의 사진 2~3장이 걸려 있다. '포토 뉴스' 코너에 실린 30장의 사진은 모두 장관 행사 관련 사진뿐이다.

이를 두고 혁신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장관의 이런 행적들이 이번 행사를 보는 시각을 곱지 않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행사가 '혁신 전도사' 장관의 '일회성 이벤트'냐 '환골탈태 건교부'의 시작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구호보다 실천이다.

김준현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