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테 홍 남편 북에 살아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한 유학생 출신 남편을 46년간 기다려온 독일 레나테 홍(70.(右)) 할머니의 남편 홍옥근(73.1961년 젊었을 때 사진(左))씨가 북한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베를린의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평양 주재 독일 대사관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홍옥근씨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지난달 독일 적십자사 직원들이 홍씨의 생존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독일 적십자사 루돌프 자이터스 총재는 "홍 할머니의 남편을 찾기 위해 심인(尋人.사람 찾기)사업부 소속 직원 두 명을 1월 말 평양에 파견하겠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그의 생존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기사 6면>

홍 할머니는 11일 "남편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가슴이 떨리고 너무나 기쁘다"고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독일 외무부 관계자는 "평양 주재 독일 대사관과 독일 적십자사가 동시에 홍씨의 생존 사실을 통보받아 아주 기쁘다"며 그동안의 노력에 만족을 나타냈다. 그는 "홍옥근씨를 찾는 과정에서 과거의 비슷한 예를 살펴보니 대부분의 경우 당사자와 접촉이 이뤄지지 않아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처럼 빨리 홍씨의 생존을 확인한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 할머니가 남편과 직접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독일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홍씨의 생존 사실을 통보해 주면서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할 일을 다했다고 하더라"며 "더 이상의 도움을 줄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홍 할머니는 북측의 소극적인 태도에 다소 실망하면서 "당연히 남편과의 상봉을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편지 왕래라도 허용해 주기를 바란다"고 북한 당국에 호소했다. 그는 또 "우리 가족이 찾는다는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되면 반드시 두 아들(페터 현철.우베)과 나를 만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