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공!해외펀드] 국가별 투자 상황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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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모르는 게 약이다'?

요즘 해외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의 자세다. 그러나 투자의 세계에선 '아는 게 힘'이다. '묻지마'식 투자의 손실은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다. '해외펀드 전성시대'에는 "학이시'투'지(學而時'投'之)면 불역열호(不亦悅乎)"다. 공부하고 때때로 '투자하면' 수익률로 기쁠 것이다. 본지는 앞으로 해외 증시.펀드 정보를 정기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첫 순서로 해외 증시를 정리했다. 내가 가입한 해외펀드가 어떤 증시에 투자하는지 알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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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해외투자펀드 중 비중이 높은 국가는 중국(25.75%).인도(4.65%).베트남(4.17%).일본(3.94%) 등 순이었다.

◆ 중국, 본토 증시는 '그림의 떡'=중국펀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펀드가 본토 증시에 투자한다는 거다. 중국은 상하이와 선전에 거래소가 있다. 상장 종목들은 A주.B주로 분류된다. A주는 중국 국내 투자자들만 살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B주에 투자할 수 있지만, 상장 종목수가 두 거래소를 통틀어 100여개에 불과하다.

물론 A주도 중국 정부로부터 외국인적격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얻으면 투자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QFII 자격을 얻은 외국 기관의 투자한도는 10억 달러에 그친다. 상하이 증시 시가총액의 1%에 불과한 규모다. 그나마 국내 기관 중에는 QFII 자격을 얻은 곳이 없다. 때문에 중국펀드의 대부분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한다. 이들을 H주식이라고 부른다. 현재 140여개가 있다. 이들 가운데 우량주 30여개를 기준으로 산출한 지수가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다.

펀드 투자자라면 상하이종합지수(SSE)보다 H지수를 눈여겨 봐야 한다. 지난해 상하이종합지수는 130%나 올랐으나 H지수는 94% 오르는데 그쳤다. 국내에서 히트한 '피델리티차이나포커스펀드'의 달러 수익률(90%)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 들어서도(9일 현재) 상하이종합지수는 2.05% 올랐으나 H지수는 4.11% 떨어졌다. 연초 이후 대부분의 중국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이유다.

◆ 인도, "2042년 미국 제친다"?=인도 대표 지수인 센섹스 지수는 지난해 50% 가까이 올랐다. 올 들어서도 5% 이상 상승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증시가 한 달새 20% 넘게 폭락하는 조정을 겪으면서 뒤늦게 인도 펀드 열풍에 동참한 투자자는 쓴 맛을 봐야 했다.

국제 금융 기관들은 대체로 인도 경제에 대해 낙관한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올해 인도가 한국을 제치고 아시아 3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2042년 인도 경제가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주가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2003년 3000선에 불과하던 센섹스지수는 최근 1만4000선까지 올랐다. 개별 기업을 뜯어보면 시총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IT.이동통신업체들이 절반을 차지한다.

◆ 베트남, 눈 뜨면 불어나는 시장=베트남 VN지수는 올 들어서 40%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말 12조원 규모의 시장은 현재 20조원. 지난해 말 600억원에 못 미치던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800억원을 넘었다. 자금이 몰리다 보니 시장에 살 만한 물건이 없는 게 문제다.

호치민거래소 시총 4위 기업인 사이공상업은행은 외국인 보유한도(30%)가 다 차 외국인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상위 10개 기업 중 절반은 현재 외국인이 살 수 있는 한도가 1000만 달러도 안 남았다. 과열 논란도 뜨겁다. 일부에서는 주가수익배율(PER)가 50배를 넘을 정도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성장성을 감안하면 다른 증시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오재열 중화시장분석팀장은 "지난해 베트남 기업의 이익 성장률이 75%에 달했다"고 말했다.

◆ 일본, 한국 증시와 연동=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시총은 4300조원이 넘는다. 시총 상위 기업들도 대분분 낯익은 기업이라 투자에 거부감이 없다. 그러나 선진 시장인 만큼 이머징 마켓만큼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 일본 증시는 국내 증시와 연동한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지수와 일본 닛케이225의 지수 동조화 비율은 70%로 가장 높았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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