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쌍둥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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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제사상에 올릴 밤을 까다 보면 한 껍데기 속에 두 쪽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런 밤을 가리켜 흔히 '쌍둥밤'이라고 한다. 생김새가 똑같은 쌍둥이를 떠올려 "얘야, 예로부터 쌍둥밤은 사이좋게 나눠 먹는 거라고 했단다"처럼 쓰는 사람이 많지만 '쌍동밤'이라고 해야 맞다.

'쌍동(雙童)'과 '밤'이 합해진 말인 '쌍동밤'은 그러한 성질이 있거나 그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둥이'가 붙은 '쌍둥이'와는 그 구조가 다르다. '-둥이'가 붙어 이뤄진 말이 아니므로 '쌍둥'으로 적어선 안 된다. "밤송이를 까면/ 밤 하나하나에도/ 다 앉음앉음이 있어/ 쭉정밤 회오리밤 쌍동밤/ 생애의 모습 저마다 또렷하다"(오탁번의 '밤')와 같이 써야 한다. 쌍동아들.쌍동딸.쌍동중매.쌍동바람꽃도 마찬가지 형태다.

간혹 "독일산 밤은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속껍질이 과육 내부로 파고들어 간 쪽밤이 많아 한국에서처럼 삶아서 찻숟가락으로 파먹는 게 힘들다"처럼 쌍동밤을 '쪽밤'으로도 쓰지만 아직은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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