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추모음악제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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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봉선화』 『고향의 봄』 『성불사의 밤』 『봄처녀』 등의 애창가곡들을 남기고 1941년8월30일 세상을 떠난 홍난파 (본명 영후) 추모음악회가 그의 50주기를 즈음해 잇따라 열린다.
소프라노 임성영씨는 24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난파 가곡 독창회를 가질 예정. 난파의 고향인 수원에서도 30일 오후8시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에서 예총 경기도지부 주관으로 난파합창단·수원남성합창단 등 6개 합창단이 참가하는 난파 추모합창제가 펼쳐진다. 「모차르트 증후군」이란 말이 나올 만큼 올해 모차르트 서거 2백주기를 맞아 각종 모차르트 추모 음악행사가 요란한 가운데 정작 우리음악계의 선구자라 할만한 난파의 50주기는 그 동안 거의 잊혀지다시피 했던 실정. 이를 두고 국내 음악계 일각에서는 『우리문화계 전반의 사대주의 풍토를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것』 이란 비난과 반성이 일었다.
굳이 꼽자면 난파기념사업회가 지난 68년부터 실시해온 난파음악상 제68회 시상식과 예총 경기도지회가 연례행사로 주최하는 난파음악제 및 난파음악콩쿠르가 지난7월 경기도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정도.
한국가곡의 효시 『봉선하』를 작곡하고 한국최초의 음악지 『음악계』 를 발행한 난파는 1898년 4월10일 당시 수원군이었던 경기도화성군남양면에서 태어났다. 조선정악강습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인식의 지도로 음악 외길에 접어든 그는 1918년 일본 동경 우에노음악학교에 입학했다.
이 유학시절 난파는 자작소설집 『처녀혼』서두에 「애수」란 악보를 게재했는데 이 멜러디에 작사가 김형준씨가 가사를 붙인 것이 현재까지 잘 알려진 『봉선화』. 이 가곡은 동경 히비야공원에서 당시 일본 유학중이던 소프라노 김천애에 의해 초연돼 한국유학생들을 오열케한 이래 더욱 널리 알려졌다.
계속해서 『고향의 봄』 『성불사의 밤』 『고향생각』 『금강에 살으리랏다』 『옛동산에 올라』 등 지금까지 애창되는 가곡 외에 『퐁당퐁당』등이 실린 『조선동요 1백곡집』, 바이얼린 독주곡 『여름밤의 별들』, 관현악부 독창모음곡 『나그네의 마음』 등을 남긴 난파의 음악행적에는 「한국최초」가 적지 않다.
1925년 서울 YMCA강당에서 국내 첫 바이올린 독주회를 가졌고, 1933년 조직된 난파3중주단의 창단연주회는 국내 실내악운동의 첫 출발인 셈.
그밖에 매일신문사기자, 빅터레코드사 서울지점장, 경성방송국 관현악단을 창단한 지휘자 등으로 활약한 난파는 도산 안창호선생이 이끌던 흥사단의 단가를 작곡해줬다는 이유로 수감됐을 당시 고문 받은 후유증으로 41년8월30일 44세로 음악인생을 마쳤다. 『연미복을 입혀서 화장해달라』는 유언과 함께.
독창회에서 한국가곡은 앙코르곡으로나 부르기 일쑤인 풍토에서 난파의 가곡으로 전체무대를 꾸미고 청중과 함께 『고향의 봄』 을 합창하는 것으로 끝맺는 임성영씨의 독창회나 난파 작품들을 합창곡으로 편곡해 선보이는 예총 경기도지부의 추모음악회는 모처럼 난파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와 함께 난파의 음악사적 업적과 의미에 대한 객관적 재평가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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