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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지역 아닌 곳, 양도세 최고 4배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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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세청이 값이 많이 오른 아파트의 기준시가를 평균 23.3%나 올린 것은 주택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흡수해 투기를 막겠다는 의도다. 매년 한차례씩 정기 고시하던 기준시가를 7개월 만에 재고시한 것도 최근 아파트 가격의 급등세를 세금으로 잡아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준시가를 이처럼 대폭 올렸다고는 하지만 서울 강남지역 등 이미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매기는 주택 투기지역에서는 당장 양도세가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오른 만큼 실제 거래가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을 경우 국세청이 불성실 신고 여부를 가리기가 쉬워진다. 또 기준시가 인상 자체가 주는 심리적인 압박효과도 적지 않다. 투기지역 이외의 지역에서는 이번 기준시가 인상에 따라 양도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이들 지역에서는 양도세가 대략 2~3배에서 많게는 네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양도세 얼마나 오르나=주택 투기지역 이외 지역에 있는 아파트의 양도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H아파트 43평형의 경우 지난 4월 기준시가는 3억2천7백만원이었으나 이번에 3억9천9백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 아파트를 지난해 1월 2억7천2백만원에 매입한 뒤 이달 말에 팔아 잔금을 완납하거나 등기를 접수했다면 양도세로 7백만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다음달 1일 이후 판다면 양도세는 4.3배인 3천만원으로 뛴다. 내년에 주택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15%의 탄력세율까지 적용받는다면 양도세는 4천7백만원으로 늘어나 세 부담이 일곱배 가까이 늘어난다.

대구시 달서구 C아파트 72평형의 경우 기준시가가 2억4천2백만원이나 다음달부터 3억8천2백만원으로 오른다. 지난해 초 2억7천2백만원에 매입한 이 아파트를 이달 말까지 팔면 양도세를 한푼도 내지 않으나 다음달부터는 1천1백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서울 성동구 K아파트의 경우 기준시가가 3억8천3백만원에서 4억8천1백만원으로 26% 오르는데 이달 말까지 팔면 1천4백만원을 양도세로 내나 다음달부터는 4천8백만원을 내야 해 세금 부담이 3.4배 증가한다.

기준시가 인상에 따라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상속.증여세 부담도 더 늘어나게 됐다.

◇?역시 서울 강남 아파트가 비싸=지난 4월 고시 때 4위였던 강남구 청담동 청담로얄카운티 1백16평형이 1억5천3백만원 오른 23억4천만원으로 이번에 재조정된 아파트 중 기준시가가 가장 높았다. 지난 4월 고시 때 1, 2위를 차지했던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3단지 1백80평형(기준시가 32억4천만원)과 강남구 도곡동 힐데스하임빌라 1백60평형(30억6천만원)은 가격이 지난 4월 말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재고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청담동 대우로얄카운티 3단지 1백22평형이 22억7천7백만원으로 서초구 서초동 서초가든스위트(22억5천만원)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며 2위를 차지했다. 기준시가 상위 10위에 속한 아파트는 서초가든스위트를 빼고는 모두 강남구에 있다.

기준시가가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81평형으로 10억8천만원에서 16억6천5백만원으로 5억8천5백만원 상승했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범어아진 7평형은 1백36.4% 올라 최고의 상승률을 나타냈고, 서울 마포구 아현동 현대아현 9평형도 1백35% 올랐다.

◇내년 4월 기준시가 다시 조정=국세청 조사 결과 지난 4월 말 이후 지난달 20일까지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11.2% 올랐다. 대전이 27.8% 올라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울(16.4%).충남(15.9%).경기(13.3%).강원(12.2%).인천(10.8%) 순이었다. 이번에 기준시가를 조정한 아파트는 값이 상승률 기준으로 20% 이상, 금액 기준으로 5천만원 이상 오른 곳이다.

국세청은 아파트 가격 움직임과 관계없이 내년 4월에 기준시가를 재조정할 방침이다. 재조정 대상에는 전국 공동주택 5백16만여가구가 모두 포함된다.

기준시가의 시세 반영률은 ▶전용면적 25.7평 이하가 70%(서울.수도권 75%)▶25.7~50평 80%(85%)▶50평 초과 90%(90%)다. 조정된 아파트별 기준시가는 28일 오전 9시부터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 기준시가를 밑돌 경우 아파트를 판 사람이 증빙서류를 갖추면 실거래가로 신고할 수 있어 기준시가로 신고할 때보다 양도세를 줄일 수 있다.

국세청은 기준시가 재조정과는 별도로 강남 아파트 분양권 거래자 6백95명과 강남 유명 학원 50여곳, 수도권 부동산 중개업소 2백31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당초 방침대로 강력 추진할 방침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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