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정정혼미/군­개혁파 유혈위기/비상위서 모스크바일원 무력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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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민·옐친세력 탱크진주 강력저지/고르비 “대통령권한 이양 거부” 【모스크바·워싱턴·파리 AP·AFP·로이터·연합=외신 종합】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19일 실각하면서 소련내 보수·개혁파가 본격적으로 정치대결에 돌입,소련 국내정치가 유혈사태 발생 우려와 함께 격심한 정치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실각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전권을 장악한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사임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겐나디 야나예프 부통령을 정점으로 군·정보기관·경찰,그리고 당강경파들의 지도자로 구성된 8인 국가비상사태위원회는 군대의 지원을 받는 가운데 19일 모스크바일원을 무력장악하는 한편 소련 일부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언론 및 정치활동을 규제하는등 본격적인 권력정지작업에 들어갔다.
러시아통신 RIA통신은 소 국가보안위원회(KGB)소속 탱크 1백20대와 60대의 경장갑차등 모두 1백80대가 20일 레닌그라드시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소련군은 이날 또 발트연안 라트비아공화국 수도 리가의 라트비아 라디오방송국과 중앙전화시설을 점령했다고 이 공화국 의회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을 비롯한 개혁지지세력들은 고르바초프의 대통령직 복귀등을 요구하며 국가비상사태위원회에 공개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소 강경파의 이번 행동을 「위헌적 반동쿠데타이며 국가적 범죄」로 규정하고 이의 무효를 주장했다.
모스크바 시민 5천여명은 19일 크렘린궁으로 진입하는 연방군 탱크를 저지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백러시아공화국의 석탄광부들이 19일 사실상 항의파업에 들어갔다.
국가비상사태위원회는 라트비아등 발트해연안 3개공화국을 무력 장악,공화국 군대들의 무장해제를 명령했다.
발트3국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실각에 대해 강력히 항의,국민들에게 저항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야나예프 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소련의 기존 개혁정책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간강상 이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건강을 회복할 경우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고 시사,정권교체 발표직후의 강경어조에서 한걸음 후퇴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국가비상사태위원회=포고령에 복종하지 않는 각 공화국의 모든 의회 및 민선대통령·시장 등은 직권이 정지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위원회가 지명하는 자가 권력을 대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르바초프=크림반도에서 휴가중이던 지난 17일 밤 강경파들과의 회의를 위해 모스크바로 갔었으며 이들이 미리 준비한 서류에 서명을 요구하며 대통령 권한 이양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프랑스의 TF1방송이 19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날 회의에서는 현재 8인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구성원들인 야나예프 부통령·야조프 국방장관·푸고 내무장관·크류츠코프 KGB의장·파블로프 연방총리 등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르바초프는 실각된 19일밤 늦게 흑해의 별장을 떠나 행선지가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이송됐다고 러시아뉴스통신이 20일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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