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의 시대 넘어 선진으로 가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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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늘날 경영관리에 관한 권위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피터 드러커교수는 그의 저서 「단절의 시대」에서 연속성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불연속성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이후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한 나라는 있지만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가 없는 단절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과 관련, 『한나라의 흥망요인은 무엇이고, 왜 북반부 국가는 발전하고 남반부 국가는 발전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자본·노동·투자·저축 등의 순수한 경제변수에 의한 해답을 제시해왔으나 이는 나라나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완전한 설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 착안해 한나라 경제의 흥망, 그리고 한 시점에서 국가들 상호간의 상대적인 성쇠에 대한 설명은 순수한 경제적인 변수보다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발생하는 사회 전체의 변화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맨슈어 올슨교수의 주장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예컨대 영국이 산업혁명의 선두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 등 각종 이익집단의 지나친 갈등과 경직성으로 인해 외부 여건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유연성을 잃은데 원인이 있다. 반면 일본·독일(특히 서독)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산업시설이 완파된 폐허위에서 미국·프랑스에 비해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이익집단의 힘이 미약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노사간, 빈부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업종간 많은 갈등이 표출되어 왔다. 이런 갈등은 이익집단을 형성해 자기 몫 넓히기 식의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어 효율적인 정책의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슨교수의 주장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이익집단의 행동은 국가발전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므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익집단간 조화로운 관계설정 없이는 선진국 진입의 꿈이 좌절될 우려도 있다고 하겠다.
한편 많은 학자들은 우리나라를 피터 드러커가 제시한 단절의 벽을 허물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유망한 나라로 관조하면서 자본재산업의 발달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즉 한국은 자본재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계공업부문 중 2만여개의 부품으로 결합되는 시스팀 산업인 자동차산업에서 금년초 현대자동차의 α엔진과 트랜스미션개발을 계기로 미·독·일·영·불에 이어 독자적인 설계능력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자동차공업G6국가로 진입하게 된 것을 예로 들면서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선진국 진입의 바로 미터로 보고 있다.
선진국 진입은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기술외적 측면이 함께 발전돼야만 가능하다. 이런 전제하에서 볼 때 선진국 진입의 꿈을 실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부단한 기술혁신을 통해 자동차산업과 같은 자본재산업을 발전시켜나감과 함께 다양한 이익집단간에 조화로운 관계설정을 통해 순수한 경제·사회논리에 입각한 효율적인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인식아래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켜 기술적·기술외적인 문제를 극복해 나갈 경우 많은 학자들이 예시하듯이 단절의 시대를 뛰어넘어 20세기중에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국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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