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형사들과 시너지 효과 낼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사법시험 합격자 출신 첫 여성 경찰관인 권은희(34.사진) 경정이 이번 경찰 정기인사에서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장으로 부임했다.

권 경정은 2005년 경찰에 입문한 뒤 경기도 용인경찰서 수사과장을 거쳐 경찰청 법무과에서 일해왔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용인서에서 업무 파악을 마치고 제대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시점에 인사이동이 있어 많이 아쉬웠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해 볼 생각"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서울 서초서는 경찰관들 사이에서 선호 근무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만큼 그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고 털어놨다.

"서초서에 접수되는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피해 액수 규모가 매우 크고,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이 많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이 법이라는 명확한 잣대에 따라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43회)에 합격한 권 경정은 충북 청주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경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형사사건을 다루면서 '민생의 현장에 경찰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또 대부분 혼자 일하는 변호사와 달리 여러 동료들과 어울리며 의리를 과시하는 경찰의 문화에도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사법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2005년 경정(경찰직 5급) 특별채용 시험에 응시, 9.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사시 출신의 첫 여자 경찰이라는 점과 당시 최연소 수사과장이란 타이틀로 화제도 됐었다. 용인서에서는 수사과 직원 12명을 회원으로 하는 법률 연구모임인 '소도회'를 만드는 등 법률 전문가다운 면모도 보였다.

본인보다 경험이 풍부하고 나이도 훨씬 많은 80여 명의 남자 부하들이 부담되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는 "그분들의 경험에 나의 법률지식이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서 예의바름이 느껴졌지만 태도 만은 당찼다. 2004년에 결혼한 권 경정은 아직 자녀가 없다. 그는 "계획을 세운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며 활짝 웃었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