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자신감 "역대 이런 지지율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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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9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제4차 21세기 동서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9일 "요즘 정치를 해 보니 1대9로 싸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1세기 동서포럼' 조찬 강연에서 "'경제 대통령론'이 공격을 받고 있는데 왜 대응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이 전 시장은 "여야 할 것 없이 9명을 상대해 (싸움을) 하고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까지 가담했다"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 전 시장은 "역사적으로 이런 지지율을 보여준 전례가 없다"며 "세대별, 지역별, 계층별로 골고루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은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민이 생각하는 이명박의 브랜드 이미지가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자신감 넘치는 이 전 시장을 향해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거친 공격을 퍼부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과 법률특보인 정인봉 전 의원이 공격수로 나섰다. 두 사람은 이 전 시장의 과거 행적을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의원은 8일 한 인터넷 신문의 창간 기념식에서 "생수 팔다 실패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어떻게 됐느냐"며 "이 전 시장도 자기 사업을 하다 망했는데 남 밑에서 월급쟁이 사장 하는 것과 (자기) 사업은 천지차이"라고 주장했다. 한때 생수회사를 경영했던 노 대통령을 빗대 이 전 시장을 공격한 것이다. '이 전 시장이 사업을 하다 망했다'는 건 그가 2000년 인터넷 금융회사를 설립하려다 실패한 것을 가리킨 것이다.

유 의원은 "회사 사장을 했다고 '경제 대통령'이 된다면 예전 건설회사 사장보다 지금의 삼성전자 사장을 데려오면 더 잘할 것" "낙동강 바닥을 파서 시멘트를 발라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말이 안 된다" "국가 운영을 장사하듯 계산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파괴 세력의 도발에 맞서 싸울 수 있겠는가"라며 독설을 쏟아냈다.

또 정인봉 전 의원은 9일 "그동안 이 전 시장의 도덕성과 자질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왔다"며 "다음주 초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시장의 도덕적 문제점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이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 전 의원의 움직임에 대해 "제 생각이나 캠프의 생각은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만류했다.

◆"제2의 노무현"=9일 열린 열린우리당의 '대통합 신당 토론회'에서도 이 전 시장은 집중적인 표적이 됐다. 토론회 발제자인 송영길 의원은 "이 전 시장은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과 닮았다. 방향만 다를 뿐 성격과 스타일이 닮은 '제2의 노무현'"이라고 공격했다.

이 전 시장의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은 박 대표 측에게 "대꾸할 가치도 없지만 아주 초조하고 불안한 듯하다"고 응수했다. 열린우리당에 대해선 "단 한 사람도 예외없이 전부 달려드니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높긴 높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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