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형식 깬 프로 눈길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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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라.' 요즘 TV를 보면 기존 상식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형식 파괴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비교적 자유분방한 케이블 방송에서는 물론 지상파 방송에서도 그렇다. 음악채널의 VJ가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가 하면 연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생활뉴스를 전하기도 한다. 최근엔 편집하지 않은 '날'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른바 '노컷 뉴스'도 붐을 이룬다.

◇튀어야 산다=음악채널 MTV가 11월부터 방송 중인 '생방송 내 친구 MTV'(매일 오후 6시)의 VJ 시아는 생방송이 진행되는 한시간 동안 계속 아무 말 없이 시청자들과 문자 메시지만 주고 받는다. 시청자가 '시아님, 오늘 수능시험 끝났어요. 축하해 주세요'라고 휴대전화 SMS 문자 메시지를 날리면, '○○님, 수고하셨어요'라고 응수한다. '시아 누님,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듣고파요'라고 문자를 띄우면 , '○○님, 띄워드릴게요'라며 신청 뮤직비디오를 내보낸다.

휴대전화 SMS 서비스가 방송과 처음으로 결합한 건 올 2월. 음악채널 KMTV가 처음 이 서비스를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자 다른 음악채널도 너도나도 이 같은 형식의 방송을 시작했다. '생방송 내친구 MTV'는 휴대전화 SMS 문자 서비스를 아예 전면에 내세워 중.고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매일 방송 중 2천건 이상의 메시지가 폭주하고, 시청률도 이전 프로그램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예측불허의 진행=MTV의 '고스트TV'(월~금 밤 12시)는 방송이 끝나기 전에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즉흥성이 가장 큰 매력이다. 거침 없는 사회적 발언으로 유명한 가수 신해철이 진행하는 '고스트TV'는 대본 없이 순전히 신해철의 의도대로 꾸려간다. 그날 발생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신해철 혼자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또 어떤 날은 음악만 연주하고, 아니면 친한 연예인을 갑자기 방문하기도 한다.

MTV 관계자는 "지상파에서는 할 수 없는 케이블다운 방송을 해보고 싶다는 신해철씨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얘기를 잘리지 않고 하고 싶다"는 신해철의 의사를 존중해 방송에 적합지 않은 단어는 '삐'소리로 처리된다.

◇뉴스도 변신 중=정형화한 뉴스 틀을 깨는 연성화 바람도 거세다. KBS-2TV의 '뉴스8'은 매주 금요일 연기자 견미리를 리포터로 내세운 '여성파워' 코너를 내보내고 있다. MBC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에는 개그맨 전유성이 패널로 등장한다. 기자만큼 매끄럽게 뉴스를 전달하지는 않아도 친근감과 의외성으로 시청자들을 유인한다.

지상파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인물의 참신함에 머무는 사이 케이블과 인터넷 뉴스 채널은 이보다 한발 더 나간 '노컷 뉴스' 형식으로 뉴스의 새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노컷 뉴스란 정색하고 다루기에는 뉴스거리로 좀 부족하지만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뉴스 뒤의 뉴스 영상을 편집 없이 보도하는 형식이다. YTN의 '돌발영상'과 CBS 인터넷 뉴스의 노컷 뉴스(www.nocutnews.co.kr), MBC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 iMBC(www.imnews.com) 등이 모두 비슷하다. 이런 가공하지 않은 뉴스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지자 KBS도 최근 메인 뉴스 '뉴스 9'에서 노컷 뉴스 '현장포착'을 시작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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