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Life] 된장국·보쌈 대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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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정엄마에게 배운 배추된장국.돼지보쌈

▶재료(4인분)= 배추 속대 2백g, 쇠고기 2백g, 대파 1뿌리, 다진마늘 1큰술, 된장 2큰술, 고추장 1작은술, 소금 약간, 쌀뜨물 8컵

▶만드는 법

① 배추 속대를 준비해 씻어 손으로 찢는다.

② 대파는 어슷썰고, 쇠고기는 얇게 편으로 썰어 준비한다.

③ 쌀뜨물에 된장을 풀어 한소끔 끓어 오르면 쇠고기를 넣고 다시 끓인다.

④ 쇠고기가 부드럽게 익었을 때 배추.대파.마늘을 넣고 배춧잎이 푹 무르도록 끓인 뒤 소금으로 간을 맞춰 낸다.

▶돼지고기 삶기= 둘이 한번에 먹을 만큼 돼지고기 사태(3백g)를 덩어리째 사서 굵은 무명실로 묶는다. 그래야 삶는 동안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돼지고기가 푹 잠길 냄비에 물을 팔팔 끓여 돼지고기.쪽마늘(4쪽).저민 생강(반톨)을 함께 푹 삶는다. 꼬치로 찔러보아 핏물이 나오지 않으면 다 익은 것. 물에서 건져 실을 풀어 식힌 뒤 적당한 두께로 썰어서 김칫소.배추 속대와 함께 낸다.

"앙실아-, 우린 김장 안해?"

TV앞에 비스듬히 누워 저녁 뉴스를 보던 꼼꼼이가 뜬금없이 영감님 같은 소릴 한다.

"무슨 김장? 지난해에도 어머니가 해주셔서 그냥 먹기만 했는데."

"올해는 우리가 해드리자고. 처갓집에도 몇 포기 보내고…."

"어허허허…."

도저히 어이가 없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집에서 살림하는 전업주부도 아닌데. 그것도 모라자 시댁과 친정 김장까지 초보 맞벌이 주부인 이 앙실이한테 바라다니.'

"어허허허…." 말문을 열려고 해도 또다시 실소만 나왔다.

그 순간 "삐리리릭"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으응,…, 응,…, 예에,…, 예,…, 알았어요."

수화기를 들고 열심히 대답만 하다 전화를 끊은 꼼꼼이가 겸연쩍은 미소로 다가왔다.

"엄마가 올해도 우리 김장 해놓으셨대…."

"정신차리셔요. 서방님. 저한테 바랄 것을 바라세요."

생뚱맞게 김장 문제를 놓고 한바탕 '입씨름'이 벌어질 일이 이렇게 일단락됐다.

여기저기서 배춧값 이야기가 나오고, 김치냉장고 광고가 자주 눈에 띄는 걸 보니 김장철은 김장철인가 보다. 세상이 좋아져 사먹을 수 있는 김치도 많은데 여전히 월동 채비를 하는 주부들의 가장 큰 일은 '김장하기'인 듯하다.

갑자기 꼼꼼이는 물론 나 자신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초보다, 맞벌이다'란 핑계로 김장담던 날의 즐거움을 잊고 사는 '일벌레'가 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다, 이번엔 돼지보쌈에 배추된장국이다.'

김장 날이면 학교에서 돌아와 먹던 매콤하고 콤콤한 추억의 그 맛이다. 다음날 바로 시댁에서 김장 김치를 가져오면서 김칫소를 얻어다 그 추억의 밥상을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동안의 요리 경험으로는 쉽게 답이 떠오르질 않았다.

어쨌든, 내친김에 친정엄마한테 SOS를 쳤다.

"배추된장국은 맹물보다 쌀뜨물에 끓여야 맛나다. 속대를 골라서 끓여야 부드럽고 연하다. 고추장을 약간 넣어야 구수한 맛이 더 살아난다. 된장을 직접 국물에 풀면 깔끔하지 않지만 구수한 맛이 강하다. 그러나 체에 걸러서 풀면 음식은 깔끔하지만 맛이 연해진다."

한수 배우겠다는 딸이 신통한지 친정엄마의 이런저런 노하우가 술술 풀려나온다. 어떻든 알려주신 순서대로 따라하다보니 구수한 냄새가 진동한다. 꼼꼼이는 연신 주방을 왔다갔다 하며 "언제 밥을 주냐"고 묻는다.

"아직이야, 기다려." 계속 퉁겨본다.

나도 얼른 밥을 차려 먹고 싶었지만 사실은 "배추 된장국은 푹 끓어야 제맛이 난다"는 친정엄마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었던 게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돼지고기 보쌈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ventplanner@joins.com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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