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방역이 화 불렀다/콜레라 발생 문제점과 예방·치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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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발병자 사망 6일뒤에 조사반/물 끓여마시고 생선회등 날것 피해야/설사환자 즉시 신고… 항생제 쓰면 완치
우리나라에서 최근 10년동안 환자발생이 없어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콜레라가 11년만에 충남 서천에서 집단발생해 충격을 주고있다.
경제의 고도성장과 함께 국민위생 수준의 향상으로 그동안 보건당국에서조차 콜레라를 이제는 우리와 거리가 먼 「후진국형 질병」으로 파악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후 콜레라가 전세계에 걸쳐 유행하고 있는데다 국내에 입국한 항공기 변기에서 콜레라균이 발견됐음에도 우리 방역당국에서 이에 대한 예방활동을 소홀히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콜레라 발생을 계기로 방역활동의 문제점과 우리나라의 콜레라 발생현황·전파경로·예방 및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문제점=지난해 12월부터 페루 등 남미지역 7개국에서 1백년만에 콜레라가 발생,71만1천여명의 환자가 보고돼 6천8백98명이 사망했고 잠비아 등 아프리카 13개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7개국·스페인 등 유럽 2개국·미국 등으로 콜레라가 확산돼 왔다.
이와 함께 최근 동남아에서 입국한 항공기의 화장실에서 콜레라균이 발견돼 우리나라가 콜레라 안전지대가 될 수 없었음에도 보균자 추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방역활동이 소홀했던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더구나 이번 충남 서천의 경우 지난 6일 집단설사환자가 발생,콜레라로 의심되고 있었음에도 보건당국은 6일이 지나서야 뒤늦게 원인조사에 나서 늑장조사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됐다.
지난 4일 서천의 한 상가에서 돼지고기·가오리회·전 등을 먹은 조문객 1백50명중 87명이 6일부터 집단설사증세를 보였고 이들중 한길남씨(64·서천읍 두왕리 209)가 이날 오후 사망했으나 보사부측은 12일에야 중앙역학 조사반을 현지에 보내는 등 원인규명 조사에 나섰던 것이다.
◇발생현황=우리나라에서는 46년 1만5천6백44명의 환자가 발생,1만1백81명이 사망한 이래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다 69년 1천5백38명(사망 1백37),70년 강릉 등 동해안 지역에서 2백6명(사망 12)에 이어 80년 전남 목포·신안지역의 1백45명(사망 4)이 마지막 발생이었다.
보사부측은 그러나 근래 마지막 발생으로 기록된 80년의 경우 정부 공식발표보다 10배나 많은 1천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4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파 경로=그동안의 통계분석 결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콜레라는 해안선을 따라 짧은 시일내에 급속히 번지는 것이 특징.
70년에는 강릉·울진 등 동해안을 따라 전파됐으며 80년에는 목포·신안 등 남해안을 따라 퍼졌었다.
보사부는 이번 서천의 경우도 수세식 변기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서해안의 연안여객선이나 어선에 의해 오염된 바닷물과 조개·꼬막 등을 통해 전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콜레라균은 우리나라 토속병균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여행자들에 의해 국내에 유입돼 전파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전파경로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보사부는 지난 6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싱가포르­방콕­서울노선 대한항공기 변기에서 콜레라병균이 검출돼 추적조사중이나 시차가 있어 이번 서천의 집단환자 발생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콜레라는 통상 8월중순에 발생,9월중순에 절정을 이루다 9월말·10월초에 소멸한다.
콜레라균은 증세가 강하고 전염성이 약한 생물형과 증세는 가벼우나 전염성이 강한 혈청형(아바나·오가와형) 등 두종류가 있으며 환자·보균자의 대변이나 구토물에 의해 오염된 식수와 음식물을 통해 감염된다.
◇예방 및 치료법=예방접종은 40∼50% 정도의 효과만 있어 크게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물은 반드시 끓여먹고 날음식과 삶은 돼지고기를 먹지말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등 예방이 중요하다.
보사부는 『콜레라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10∼20%까지 이르나 최근에는 신약 등의 개발로 초기에 치료할 경우 1% 미만으로 줄일 수 있는만큼 의심스러운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병·의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주위에서 설사환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보건당국에 신고하고 환자를 격리시킨뒤 적절한 수분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콜레라환자로 판명됐을 때는 항생제인 테트라사이클린을 투약할 경우 99% 완치할 수 있다고 보사부는 밝혔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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