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8개 중학교 "5월 하복부터 착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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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시 강남교육청 관내 38개 중학교 교장단은 7일 올해 입학생들의 교복 착용 시기를 5월로 늦추기로 했다. 결정은 이날 오후 열린 강남교육청 주요 업무계획 설명 직후에 이뤄졌다. 당초에는 이런 계획이 없었다. 교장들은 최근 고가 교복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설명회가 끝난 뒤 교복 문제를 논의하기로 5일 의견을 모았었다. 교장단의 결정에 따라 해당 학교 신입생들은 올해 동복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 5월 중순 하복을 사서 입으면 된다.

강남교육청 중학교장협의회 정기세(언주중 교장) 회장은 "양복보다 더 비싼 교복값 때문에 학부모들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심각했다"며 "교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는 학교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교장들이 교복 착용 연기를 결정하기까지 소비자인 학부모들의 힘이 컸다. 2000년 이후 교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20만~30만원대 고가의 교복을 내놓자 학부모들은 공동구매와 교복값 내리기 운동 등으로 맞섰다. 최근 영국산 원단을 사용했다는 모 외고의 교복값이 57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의 반발은 더욱 세졌다. 학부모단체들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학부모의 힘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움직였다. 공정위는 6일 교복업체들의 가격담합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강남지역 학교들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 고붕주 중등교육과장은 "각 학교에 교복 공동구매를 권장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각 학교가 교복 착용 시기를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강동교육청 관내 고덕중학교 박향서 1학년 부장은 "이미 춘추복이나 하복은 50% 정도의 학부모들이 공동구매에 참여하고 있다"며 "학생지도에 다소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지역의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만큼 이 방침을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환영, 업계는 울상=학부모들은 교장단의 결정을 크게 반겼다. 공동구매를 통해 교복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3월 입학식부터 교복을 입어야 했기 때문에 공동구매할 기회가 없는 학생들은 할 수 없이 비싼 교복을 사야 했다.

이날 결정에 동참한 학교의 학생들은 이달 12일 서울시의 중학교 신입생 배정이 확정되면 5월 전까지만 교복을 구하면 된다. 이 기간 동안 학교운영위원회가 조직한 교복 공동구매위원회를 통해 공동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번에 아들이 강남의 한 초등학교를 졸업한다는 채효진(40)씨는 "교복값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걱정을 덜게 됐다"며 반겼다. 아들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는 박영자(45.동작구 신대방동)씨는 "3년 전 중학교 입학 때 교복을 30만원 넘게 주고 샀다"며 "고등학교도 교복 입는 시기를 늦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신입생 동복 판매 준비를 마친 브랜드 교복 업체와 대리점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강남지역에서 3개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이미 어음으로 물건값을 지급한 상태여서 동복을 못 팔면 부도날 게 뻔하다"며 "유예기간도 없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강남교육청 38개 중학교=개원중.개포중.경원중.구룡중.구정중.단대부중.대명중.대왕중.대청중.대치중.도곡중.동덕여중.반포중.방배중.봉은중.서문여중.서운중.서일중.서초중.세화여중.수서중.숙명여중.신구중.신동중.신반포중.신사중.언남중.언북중.언주중.역삼중.영동중.원촌중.은성중.이수중.중동중.진선여중.휘문중.청담중

임장혁.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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