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물 건너가는 중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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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집단 탈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당 하겠다는 분들과 협상하겠다"며 "걸림돌이 된다면 내가 당에서 나가겠다. 좀 차이가 있더라도 크게 뭉쳐 가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을 유지해 달라는 호소였다. 그 전까지 열린우리당의 신당파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당이 사분오열되면 개헌 발의고 뭐고 할 게 없어진다는 절박한 인식이 노 대통령에게 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한때 임기단축을 고려했을 만큼 개헌 문제에 집착해 있다. 탈당이 개헌안 발의에 도움이 되는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으로 열린우리당 당세가 위축되면 개헌안을 발의해도 이를 국회에서 공론화할 주체가 없어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6일 집단 탈당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노 대통령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탈당파 의원들은 이런 노 대통령의 개헌 구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상돈 의원은 "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일이면 돕는 게 도리라고 본다"며 "그러나 개헌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선 신당파 의원들 간 워크숍을 통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탈당 선언문에서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수행을 위해 돕겠지만 대통령의 정치적 개입은 반대한다"고 밝혀 노 대통령의 개헌 구상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정계개편에 집중할 탈당파 의원들이 노 대통령의 개헌 논의 주도를 '정치 개입'으로 받아들일지, 아닐지가 협조 여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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