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민족분규 전면전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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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르비아­크로아티아인 분규 확산/연방정부도 권위 잃어 무정부상태
유고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유럽공동체(EC) 평화사절단의 중재노력이 실패로 끝남에 따라 유고내분은 전면 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25일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양공화국의 분리독립선언으로 비롯된 유고사태는 처음엔 슬로베니아공화국에서 유고 연방군과 슬로베니아방위군간 충돌이 주요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그 무대가 크로아티아공화국으로 바뀌고,크로아티아거주 세르비아인 게릴라부대와 크로아티아 방위군·경찰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계속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3일 현재 사망자는 이미 2백명을 넘어섰으며,크로아티아 영내 세르비아인 거주지역에는 극도의 무법·무질서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분쟁해결을 위한 완충임무를 맡고 현지에 파견된 연방군이 세르비아인 게릴라에 무기·보급품을 공급함은 물론 크로아티아군에 대해 직접 공격을 가하는 등 사태가 유고 양대민족인 세르비아·크로아티아민족간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고연방 최고정책기구인 연방간부회의 거듭된 휴전명령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음으로써 연방정부의 권위상실은 물론 일종의 무정부상태를 빚고 있다.
이같은 상황전개의 배경엔 최근 세르비아의 정책변화가 깔려있다. 세르비아는 독립을 원하는 양공화국중 슬로베니아의 독립을 사실상 허용하는 대신 크로아티아만은 결코 그대로 내줄 수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현재 크로아티아엔 전체 인구의 12%에 달하는 60%만 세르비아인이 살고 있으며,이들이 집단 거주하고 있는 크라이나·슬라보니아지역에는 세르비아인들이 다수민족을 이루고 있다.
이곳 세르비아인들은 지난 6월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하기에 앞서 크로아티아의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반대하고 크라이나자치공화국 건국을 선포했다.
역사적으로 크라이나지역은 제2차대전중 나치독일의 지원을 받은 크로아티아인 파시스트그룹 우스타샤가 세르비아인 수십만명을 학살한 역사적 원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현재 세르비아 민족주의그룹의 의도는 한마디로 유고연방내에서 최대민족인 세르비아인이 소수민족으로 남아있는 지역을 모두 없애고 하나로 묶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크라이나지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북부 세르비아인 거주지역을 묶어 이를 세르비아에 연결하는 길다란 회랑지역을 형성,대세르비아국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EC 평화사절단을 이끈 한스 반 덴 브뢰크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4일 세르비아를 겨냥,『그들은 현재 상황이 자신들의 계획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평화해결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현재 유고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있는 사람은 바로 세르비아 민족주의 그룹의 최고지도자격인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세르비아 대통령이다. 「제2의 티토」를 꿈꾸는 선동가인 그는 유고사태해결의 가한 큰 장애물인 동시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사태발생 초기 독립선포 3개월 유보결정등(브리오니섬 합의) 외교적 성과를 거뒀던 EC는 돈(경제지원)과 외교위주의 대 유고정책이 한계에 부닥쳤음을 시인하고 ▲EC 중재부대 파견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분쟁방지위원회 소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입촉구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중에서 중재부대 파견구상은 EC 12개 회원국중 9개국이 참가하고 있는 서유럽동맹(WEU)을 통해 「무력간섭과 평화유지의 중간성격」의 군부대 1개여단을 크로아티아로 파견한다는 것.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EC주도하의 첫번째 실전부대 파견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 EC의 성격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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