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5천불에 권좌가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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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단돈 5천달러가 캐나다의 브라이언 멀로니 총리정부를 뒤흔들며 그의 사임과 여당인 진보보수당 정권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
멀로니 행정부의 한 각료가 수년전 정부관련 사업을 미끼로 한 기업에 5천달러의 뇌물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멀로니 총리는 총리직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86년 기업인 킬리씨(49)는 1억6천만달러짜리 오피스빌딩 건축계획을 추진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완공 후 빌딩임대가 어려울 것을 우려한 그는 자신의 빌딩에 연방항공우주국을 유치하기 위해 당시 공공사업장관 로치라살레씨와 접촉했다.
라살레장관은 5천달러의 뇌물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그후 킬리씨는 그의 건물건축계획을 취소, 사업에 실패함으로써 전 재산을 잃게 됐다.
킬리씨는 최근 자신의 사한 뇌물거부때문이라고 폭로, 법원에 제소했다.
캐나다법원은 지난주 라살레전장관을 비롯한 13명의 정치인들과 3명의 경찰간부들이 형사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결하고 이들을 9월16일 열릴 법정에 소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l3명의 정치인 가운데는 3명의 전·현직장관, 2명의 상원의원, 1명의 전상원의원이 포함돼 있다.
경찰간부 3명은 사건의 정치적 성격때문에 조사를 제한하거나 중단, 지연시킨 직무유기혐의를 받고있다.
사건이 폭로되자 캐나다 언론과 야당, 그리고 국민들은 멀로니총리의 즉각 사임·진보보수당 정권퇴진을 요구하고있다.
CTNTV등 캐나다언론들은『멀로니 총리가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 해도 그가 이 문제에 책임지고 사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들은 멀로니수상이 이번 위기를 시간을 끌며 극복하더라도 금년초 7% 상품서비스설 신설등으로 인기도가 10%를 넘나들고 있는 그가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84년9월 총선에서 승리, 총리직에 오른 멀로니총리는 88년12월 선거에서도 승리해 2기째 총리를 맡고 있다.
【뉴욕=박애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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