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침해」에 상징적 제재/미 해외민간투자공사 대한 압력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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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노조간부 구속·파업진압등 이유/국내진출 미 업체지원 거의없어
미국연방정부 산하기관인 해외민간투자공사(OPIC)가 지난달말 한국정부가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기업의 대한투자때 보험인수등 OPIC의 지원조치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미국측이 그동안 한국정부의 노동권 침해사례에 대해 경고를 보낸 적은 몇차례 있었지만 직접적인 조취를 취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 진출하고 있는 미 기업이 OPIC의 보험 및 금융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5일 무역진흥공사 워싱턴무역관의 보고에 따르면 미 기업의 해외투자촉진을 위해 보험 및 금융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OPIC가 미 하원 외교위 국제무역 및 경제정책소위에 서신을 보내 『한국이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통상관세법 503조에 의거해 OPIC의 각종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 통상관세법 503조에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을 채택하지 않거나 이의 시행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해당사자의 공식청원에 따라 OPIC가 단독으로 지원프로그램을 중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번 OPIC에 대해 대한지원중단을 청원한 미국 이해당사자는 미 자동차노조로 알려졌으며 자동차노조는 청원서에서 『한국정부가 노동운동가들을 구속했고 노조파업을 와해시키기 위해 강압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 자동차노조는 지난 2월9일 한국정부가 대우자동차·대우조선·대우중공업 노조회의에 참석하려는 노조 지도자들을 구속한 것은 명백한 노동권 침해며 미국은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71년 문을 연 OPIC는 대한투자지원 중단에 앞서 중국과 수단에도 제재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번 조치로 대한진출 미 기업에 대해 OPIC의 ▲직접대출(10만∼4백만달러) 및 지급보증(1백만∼2천5백만달러) 등 금융지원 ▲투자에 대한 보험인수 ▲투자진출 정보제공 ▲투자사절단 파견지원등 각종 지원프로그램이 중단된다.
그러나 무역진흥공사는 OPIC의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가 받을 경제적인 타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OPIC 지원프로그램은 주로 쿠데타·혁명·내전 등의 정치적 위험에 대한 보험의 성격이 강해 한국의 경우 이미 OPIC의 지원대상 지역보다 양호한 투자지역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무역진흥공사측은 그러나 『OPIC가 지원중단조치를 내리기에 앞서 미 국무부 및 노동부와 협의를 거친 사실을 감안할 때 미 행정부의 대한시각을 보여준 상징적인 조치』라고 분석됐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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