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국 욕심 안버리는 일본/유엔 평화유지군 참가기준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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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화유지 빌미 파병합리화 속셈/자민당에선 헌법 재해석도 시도
일본은 자위대의 깃발을 세계 곳곳에 휘날리게 하기 위한 법안마련에 또다시 열을 올리고 있다.
가이후(해부준수) 일본총리를 비롯한 외무·방위청 각료들은 머리를 맞대고 해외파병을 정당화할 수단을 강구하는가 하면,자민당 본부 회의실에서는 소위 「오자와(소택) 조사회」가 국제사회속의 일본의 위상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31일 일본 정부는 유엔 PKO(평화유지활동)의 PKF(평화유지군) 참가 기본 5원칙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은 PKF 참가시 ▲분쟁당사국의 동의를 얻는다 ▲활동은 중립적이다 ▲무력 사용은 정당방위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을 경우 병력을 철수한다 ▲평화유지군 참가는 파견대상지역에서 정전이 성립된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 원칙의 내용보다는 일본 정부의 진의,즉 자위대 참가에더 많은 비중이 실린게 사실이다.
그동안 여야 협의과정에서 자위대원 신분이 아닌 별도 조직으로서 파견하는 것도 검토됐으나,일본정부는 제2차대전이후 자위대란 이름으로 당당히 세계에 나서고 싶은 의욕을 버리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한 이 원칙도 자위대 파병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을만하다.
또 오자와(소택일랑) 전자민당 간사장이 주도하는 오자와 조사회는 「국방족」 의원 22명을 모아 지난 6월6일부터 계속 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일본의 군사적 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헌법을 재고해 보자는 것이다. 그것도 개헌이란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목적에 맞도록 해석하는 「해석개헌」을 통해서다.
이 조사회는 아직 헌법의 각론에 대한 논의는 시작하고 있지 않지만 『불의에 대한 저항권으로서의 개별적 자위권을 방기하지 않고 국제평화를 해치는 침략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 싸울 권리는 가지고 있다』는 헌법해석의 기본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 헌법 전문이 「부전」의 정신으로 일관돼 있으나 자국의 안전을 타국의 선의에만 맡길 수 없으며 평화와 신의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대처해야 하는 의무도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 정부나 자민당이 이같은 자위대 해외파병에 대한 열의를 또다시 보이고 있는 것은 일본 국민적 여론이 자위대 해외협력법안이 국회에서 폐기되었던 지난해와는 판이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강한 반발을 보였던 최대야당 사회당도 현실적 노선을 취하는 다나베(전변성)가 위원장으로 들어섰으며 사회당의 존립을 위해 타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다.
어쨌든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병은 일본내에서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평화유지활동을 위한 자위대 해외파병」이란 작은 구멍이 일본의 「평화헌법」이란 큰 제방을 무너뜨리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 주변국가들이나 일본 반전주의자들의 걱정인 것이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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