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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 사칭 '전화 사기' 금융기관도 대책 내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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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하지만 조금만 유의하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우선 섣불리 자신의 은행 계좌나 비밀번호.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지 말고 관계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 절차를 밟는 것이다. 번거롭지만 자신의 재산을 지킨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기 전화의 특징은 여러 가지 사항을 들어 돈을 먼저 요구하거나 계좌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요즘 같은 개인정보화 시대에 역행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래서 사기 전화의 범행 대상은 주로 노인들이다. 특히 농촌 지역 노인들은 사기 전화에 별 의심 없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려줘 큰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전화 사기는 타행 이체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미 송금한 피해액을 돌려받거나 지급 정지 등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피해액 반환 과정은 그리 수월하지 않다. 금융기관 사이에는 '금융사고예방 공동협약'이 체결돼 있다. 금융사고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금융기관 간 공조 자율 규약이다. 여기에는 사고 자금이 이체된 계좌의 선량한 예금주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도 있다. 앞으론 금융기관과 개인 피해자 간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안정적인 금융 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 다만 국민 모두가 공분하는 사기 전화로 인한 피해액만큼은 단순한 절차를 통해 돌려주었으면 한다. 사기 전화는 달콤한 유혹으로 시작하고, 정신을 쏙 빼놓아 경황 없이 자신의 재산과 신분을 노출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을 결코 잊지 말자.

손남태 서울농협지역본부 검사팀 검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