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올해는 터치, 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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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치 액정 전체에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LG전자의 프라다폰. 애플이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선보인 아이폰. 모니터에 장착한 터치스크린을 누르기만 하면 멀티미디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휼렛패커드의 PC. (위로부터)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특수 경찰로 분장한 톰 크루즈는 장갑을 낀 채 손가락으로 수십 개의 스크린에 표시된 영상정보를 자유자재로 검색한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054년. 하지만 스크린을 터치해 정보를 찾거나 기기를 작동하는 영화 속 장면이 낯설지 않게 됐다. 이젠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휴대전화나 컴퓨터.게임기 등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런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기술(IT) 제품은 IT 생활상을 적잖게 바꿀 전망이다. 터치스크린을 장착하면 상상 속의 기능을 현실화할 수 있다. 화면에 떠 있는 아이콘을 자유자재로 끄집어내고 여러 화면을 동시에 불러낸다.

복잡한 키보드나 버튼이 필요 없는 만큼 제품의 디자인이 한결 간결해진다. 이용자들의 수고도 덜 수 있다. 화면에 손가락만 갖다 대면 된다.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터치스크린이 올해 IT 업계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 업계에서 터치스크린 방식을 가장 빨리 채택하고 있는 곳은 휴대전화 업체다. 슬림폰 경쟁이 불붙어 두께를 0.1㎜라도 더 줄여야 하는데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면 울퉁불퉁한 버튼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달 초 터치스크린을 채용한 아이폰을 내놨고 LG전자는 최근 유럽에서 프라다폰을 출시하며 숫자와 메뉴 버튼을 완전히 없앴다. 3.0인치의 액정 전체에 터치스크린을 사용했다. LG전자 안승권 MC사업본부장은 "키패드 대신 스크린터치 방식을 적용해 스타일리시한 휴대전화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선 터치스크린 방식의 휴대전화를 8일 공개한다. 화면의 한 지점을 눌러 기능이나 메뉴를 선택하는 단순 터치스크린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고 당길 수 있는 '드래그' 기능을 넣었다고 한다. 팬택계열도 터치스크린 제품을 다음 달 내놓는다. PC나 게임기 업계도 터치스크린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휼렛패커드(HP)의 터치스마트 PC는 손가락으로 LCD 모니터를 누르기만 하면 영화나 사진.TV를 볼 수 있다. 터치스크린 위에 타이핑을 할 수 있는 기술도 나왔다. IBM이 개발한 셰이프 라이터(Shape Writer)란 기술을 활용하면 키보드 대신 스크린 키보드 위에 타이핑하는 것과 똑같이 단어를 입력할 수 있다. 일본의 게임기 업체인 닌텐도는 게임기 위(Wii)의 컨트롤러에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대형 디스플레이에도 터치스크린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한국계 이민 2세인 제퍼슨 한씨는 최근 손가락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95인치짜리 대형 디스플레이 개발을 완료했다. '터치-디스플레이'란 이름이 붙은 이 화면에서는 20개 이상의 장면을 동시에 불러내고, 하나하나의 장면을 확대하거나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마치 바닥에 사진 여러 장을 늘어 놓고 마음대로 골라 보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고 터치스크린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스크린에 손자국이 묻기 쉽고 잘 긁히기도 한다. 또 대형 디스플레이의 화면은 서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디어 회의를 자주 하는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장정훈 기자

◆터치스크린=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모니터에 나타난 메뉴를 손으로 짚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전자화면. 여기에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 흐른다. 사용자가 손가락으로 화면상의 어떤 메뉴를 누르면 적외선이 이를 감지해 컴퓨터에 전달한다. 은행의 현금지급기, 교통안내 시스템, 열차표 발매 시스템이 이런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조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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