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새 앨범 낸 힙합 뮤지션 '주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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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이니 가끔은 더 화려한 조명이 탐날 수도 있다. 음반이 수십만장 팔리고, TV에 나오는 다른 스타 가수들처럼 돈을 많이 벌면 참 좋겠다.

하지만 그러려면 음악을 시작할 때 힙합을 고집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 아직은 한국에서 '힙합 하기'가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3집 앨범 '수페리어 vol.1-디스 이즈 마이 라이프'를 들고 돌아온 힙합 뮤지션 주석(25.본명 박주석). 조금 외롭고 힘들지 않을까 지레 짚어보지만 그의 이번 음반에는 1,2집 때보다 더 확고해진 '힙합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요? 그런 거 없어요. 지금이 좋아요. 부모님께서 '돈은 언제 벌 거냐'고 물으실 때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것만 뺀다면요."

그의 이런 마음은 사실 그의 노래 한 곡 한 곡에 담겨 있다. 김범수와 함께 부른 첫 타이틀 곡 '정상을 향한 독주 2'의 노랫말처럼 그에게 힙합은 '인생을 흔들어 놓은 유일한 너'이고 '항상 제자리에 두고 싶은' 대상이다.

또 힙합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인생~This iz My Life')이고, 그런 자신의 마음이 모두에게 전달되도록 (힙합을) 저 높은 정상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한다.

주석이 어떻게 살았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 '인생~'에서 자기 소개를 상세히 하기 때문이다. 노래에 따르면 그는 1978년 10월 30일에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도쿄 신주쿠에서 보냈으며 10대엔 다른 또래들처럼 입시에 시달렸다. '활발하며 사교성이 뛰어나나 매우 산만함'이라고 적힌 생활기록부에서 보듯 '평범한' 소년이었다. 적어도 음악을 만나기 전까지는.

1997년 힙합을 시작한 주석은 지금까지 앨범 석 장을 발표하면서 '힙합계의 프런티어' '힙합전사'라고 불릴 만큼 언더그라운드 힙합계에서 독보적인 래퍼로 자리잡았다. 지난 여름 주목받은 나이키 광고 음악, 맥도널드 글로벌 캠페인 'I'm Lovin' It'의 광고 음악에도 한국 아티스트를 대표해 참여했다.

새 앨범을 내자마자 홈페이지에 "1년 만에 제가 돈을 주고 살 음반이 나왔네요" "다른 사람들도 주석씨를 알면 행복할 텐데…"라는 찬사가 줄잇는 것을 보면 그가 매니어들에게 얼마나 인기인지 눈치챌 수 있다.

흔히 힙합하면 음울하고 분노에 찬 읊조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주석의 노래는 전반적인 분위기나 노랫말이 건강하고 밝다.

'소년들이여 큰 야망을 품어/가슴속에 담긴 열정을 내뿜어… 젊음을 낭비하지마 Don't be a loser'('OKAY')라고 노래하는가 하면 'Sunshine'처럼 풋풋한 사랑을 노래한 곡도 있다.

"가사나 스타일 등 힙합의 앞서가는 경향을 이번 음반에 충분히 담고 싶었다"는 그의 이번 앨범에, 국내에 힙합을 처음 알린 '듀스' 출신의 이현도가 '정상을 위한 독주 2''볼링 2k3'의 작곡.프로듀싱 등에 참여해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첫눈에 반하듯 이유없이 힙합과 사랑에 빠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매력이 리듬과 특유의 가사에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힙합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진솔한 음악 장르예요. 음악과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완전히 하나인 거죠." 주석은 내년에 4집을 발표한 뒤 후배들과 5인조 힙합 그룹을 결성하고 싶다고 했다.

이은주 기자<jule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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