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무성의가 산사태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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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21일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용인·화성 등 경기도 남부지역이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보았다. 특히 용인의 경우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산사태 등으로 가옥이 매몰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해 무분별한 골프장건설로 인해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폭우 때도 나타난 현상인데 골프장측이 이번 장마에 대비해 아무런 안전장치도 취하지 않아 일어난, 이미 예견된 참사였다는 점에서 이번 재난의 책임을 전적으로 골프장측으로 돌린다 하더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원래 산악지대여서 지형상 골프장 건설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골프장은 적당한 구릉과 평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골프장을 건설할 때 높은 산을 구릉과 평지로 만들기 위해 폭약을 사용, 산봉우리를 날려버리고 계곡을 막기도 한다. 또 잔디를 심기 위해 나무를 베어버리고 배수를 위해 산을 까뒤집어 엎어 1미터 정도의 모래층을 만든다.
이처럼 인공적으로 산의 모양을 변형시킴으로써 주변생태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자연적인 치산치수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산봉우리를 날리고 산허리를 잘라내고 계곡을 막음으로써 물길이 없어지거나 변형돼 집중호우가 올 경우 산사태와 홍수가 일어날수 있다.
더욱이 나무를 베어버리고 모래로 배수층을 만듦으로써 보습력이 떨어져 순식간에 물이 내려가 홍수가 될 수 있다. 산에는 나무가 있어야 가뭄이나 홍수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같은 우려들이 이미 지난해 9월 집중호우 때 골프장건설 인근지역에서 큰 피해를 당함으로써 가시화 됐었으나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채 공사를 계속해 이번에도 똑같은 재난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수해에 충분히 대처하지 않고 방관만해온 당국도 책임이 있다.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도 장마에 대비, 골프장 건설현장의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했어야했다.
골프장건설 허가권이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 후 지방세수증대를 위해서인지 몰라도 허가만 남발했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되풀이된 수해에서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지역주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골프장건설 허가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또 당국은 이미 건설중인 골프장에 대해서 관리를 철저히 해 더 이상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희수<토목기사·35·경기도 용인군 용인읍 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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