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착오로 북한 남침 초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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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싱글로브장군 회고록 「위험한 임무」서 새로운 증언/미 CIA수집 “도발준비”정보 동경 사령부에서 외면
70년대 중반,당시 지미 카터 미국대통령의 주한미군철수계획에 반기를 들어 소환돼 전역한 전유엔군사령부참모장 존 싱글로브 장군(미예비역소장)이 최근 발간된 그의 회고록 『위험한 임무』에서 6·25발발직전 북한의 남침에 대한 미국측의 정보착오로 결국 남침을 초래하게 됐다는 새로운 증언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다음은 그 요지.
1946∼1948년 미중앙정보국(CIA)은 맥아더 당시 미극동군사령관의 반대에도 불구,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정보수집을 위해 수십명의 한국인 반공주의자를 선발,만주를 거쳐 북한내부에 침투시켰다.
이들 정보요원들은 북한의 군 및 민간기관에서 영향력있는 지위를 차지,49년 설치된 CIA서울지부로 상당히 중요한 각종정보를 보내왔으며,특히 한국전발발직전 북한의 도발준비를 알리는 정보를 속속 알려왔으나 동경의 미극동사령부 정보책임자들이 이들 정보를 「F­6급정보」(미숙한 정보원이 보낸 신빙성 없는 정보)로 분류,거들떠보지 않음으로써 결국 북한의 남침을 유발하고 말았다.
이들 정보원들은 특히 50년 6월이 되자 북한의 남침준비에 관한 구체적인 보고서를 보냈고,그중 6월19일자 「광범위한 군대이동」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중장비와 기갑부대를 이동시키기 위한 도로확충과 철도선복구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김일성이 원하면 언제든지 기습이 가능할 만큼 도발이 임박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물론 이 보고서는 백악관과 에치슨 당시 국무장관,존슨 국방장관,브래들리합참의장 등에게도 전달됐다. 미 고위정책입안자들은 따라서 북한의 남침가능성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오판,전쟁을 초래한 것이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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