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에 또 치부 드러낸 신민/전영기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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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 지역구의원들은 요즘 공천헌금망령에 또다시 시달리고 있다.
시도의회선거 시작 하루전에 터진 이해찬 의원의 공천관련 탈당사태와 선거중반에 발생한 검찰의 「특별당비」내사보도로 악전고투했던 의원들이 이제는 3년이 넘은 13대 총선당시의 공천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대중 총재의 당권파와 독자계보를 선언한 「정치발전연구회」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오갔던 「13대 공천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공식발표사항 외에는 당외에 퍼뜨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깨고 「정발연」 이형배 의원이 조윤형 국회부의장의 간담회발언을 인용,『조찬형 의원(남원)이 김총재가족을 통해 수억원의 헌금을 제공해 공천을 따냈다』고 언론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의원은 당시 조의원과 남원지역구를 두고 치열한 공천경합을 벌였던 장본인이다.
이 문제를 두고 당권파의 분노와 정발연의 방어가 맞서 중앙당이 회오리치고 있을때 지역구출신 의원들은 지역유권자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비난을 받았다.
『공천을 하면 항상 그렇게 돈이 따라붙는 것이냐』는 한탄이 쏟아질때는 얼굴이 붉어지고 할 말을 잃게 된다고 의원들은 지역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반응은 신민당의 절대적 지지기반인 호남의 경우고 그렇지 않은 곳은 아예 얼굴을 돌리거나 『신민당이 여당보다 나은게 뭐 있냐』는 면전독설도 있었다고 한다.
25일의 의원·당무위원 합동회의에서는 「정발연 의원의 일부정리」복안을 갖고 있던 당권파와 「계속 공격하면 13대 공천비리를 전면 폭로하겠다」는 무기를 감춘 정발연이 서로 한발씩 비껴섬으로써 정면충돌은 피했다.
그러나 문제는 충돌회피냐,불씨잠복이냐 같은 단기적인 정치 수읽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양측을 싸잡아 신민당전체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좌절하고 혹은 외면하거나 냉소하는 유권자들이 조금씩 많아져간다는 느낌이 드는 점이다.
신민당은 과거 야당의 정치자금등에 대해 관용을 보였던 유권자들의 태도를 이제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발상과 행동의 일대전환을 해야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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