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부사장 55억 외화 도피/「유통」 김현기씨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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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누나 상속재산 미에 빼돌려/불법 송금업자등 10명도 구속
서울지검 특수1부(이명재 부장·민유태 검사)는 24일 송금대행업체를 통해 7백70만달러(55억7천만원)를 미국으로 빼돌린 삼미유통 부사장 김현기씨(31·고 김두식 삼미그룹 회장의 3남) 등 외화를 도피시킨 6명과 해외지사를 차려놓고 외화송금을 대행,수수료를 챙긴 (주)유니온 아카데미 사장 김재훈씨(34)등 송금업자 5명등 모두 11명을 외국환관리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3만∼10만달러의 외화를 빼돌린 김명운씨(28)등 2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하는 한편 구속된 김현기씨에게 송금을 부탁한 김씨의 누나 김미생씨(37·미 LA거주)등 9명을 수배했다.
구속된 김현기씨는 삼미특수강 주식 35만주와 환매채 등 국내 상속재산을 가진 누나 김씨의 부탁을 받고 89년 11월 이를 1백억여원에 판뒤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중 55억7천만원을 미국으로 빼돌린 혐의다.
김씨가 빼돌린 외화액은 수사기관에 적발된 사상 최대액이다.
또 구속된 김재훈씨는 지난해 1월 송금대행서비스회사를 차려놓고 음성적으로 외화를 송금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송금액의 3%를 수수료로 받고 일본지사를 통해 지금까지 2백6차례에 걸쳐 9백68만달러(70억원)을 불법 반출하고 7천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다.
검찰수사 결과 불법송금업체를 이용한 사람들은 국내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부유층을 비롯해 호화여행을 위한 여행사,밀수대금을 지불하기 위한 회사 대표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송금회사들은 국내에 본사를 두고 외화송금이 용이한 일본에 지사를 설치,국내에서 한화로 송금의뢰를 받은뒤 송금받는 사람의 연락처를 해외지사에 통보해 지사에서 직접 외화를 전달하는 수법으로 지금까지 8백97차례에 걸쳐 1백43억원 상당의 외화를 빼돌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들 업체들이 고율의 수수료를 받는대신 송금 의뢰자의 신원은 물론 1개월 단위로 거래장부를 없애는등 철저한 보안관리를 해온 점등에 비추어 국제마약조직·밀수조직 등 범죄단체와 일부 부유층인사들의 음성적인 외화거래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구속자는 다음과 같다.
◇외화도피 ▲김현기 ▲유신일(39·한국산업양행 대표) ▲황봉권(34·대진무역 대표) ▲이달수(36·주식회사 비오 대표) ▲박동선(52·행상) ▲권영미(27·여·무직)
◇외화 송금업자 ▲김재훈 ▲김재호(32·주식회사 오비에스 대표) ▲변동유(32·국제기획) ▲최은규(30·삼원셀파) ▲임영일(60·월드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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