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실내악 활성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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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양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위축된 국악 분야에서도 특히 독주나 관현악에 비해 매우 저조했던 실내악 활동이 최근 젊은 국악인들을 중심으로 부쩍 활기를 찾고 있다. 연주 기량이 빼어난 국악인들이 종래의 레퍼터리나 연주 형태에서 벗어나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국악의 생활화 및 대중화 운동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에 생겨나 국악 실내악 운동을 이끌고 있는 슬기둥·어을림·다스름·해오름 등이 각각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만남을 보여주는가 하면 국악가요·국악동요 창작과 연주 및 음반 제작을 중심으로 국악 실내악 운동을 펴온 데다 올 들어 창단된 서울 가무악과 오느름 국악 실내 악단도 이에 가세했다.
특히 지난 15일과 16일 창단 연주회를 가진 오느름 국악 실내 악단 (대표 김회경)은 유독 진지하고도 의욕적인 출발로 관심을 모았다. 「오늘」과 「음」의 합친 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어 이름을 지은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요즘 우리음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깊이인식하고 첫발을 내디딘 이 실내악단은 15일 오후 1시 국립국악원 소극장에서 창단 연주에 앞서 『음악과 현실』을 주체로 세미나를 열었다. 「민족 음악의 현 단계-노래 운동의 검증과 전망」「창작음악과 실내악 운동의 전망」 「한국의 음악 상황과 현실주의의 문제」를 다룬 이 세미나는 이중주와 실내악의 밤 (15일) 및 노래곡과 실내악의 밤 (16일)이란 부제를 붙여 창작 국악들로 꾸민 창단 연주회의 기획력 못지 않게 돋보였다. 9명의 20∼30대 연주자들로 구성된 이 실내악단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국악 공연」을 겨냥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각각의 연주회와 관련된 주제로 세미나를 함께 열겠다는 각오다.
한편 오느름 국악실내악단의 창단 기념 세미나에서 「창작 음악과 실내악 운동의 전망」을 발표한 음악평론가 윤중강씨는 『국악 관현악 곡이나 관현악단의 구조적 한계가 국악 실내악의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즉 각 대학에서 매년 배출되는 국악 연주자들을 몇 안되는 국악관현악단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가 뻔한데다 국악관현악단들의 변화가 적은 연주 형태나 레퍼터리로는 국악 청중을 널리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
그러나 서로 조화되기 어려운 전통 국악기의 음향 문제, 뜻 있는 국악 연주자들이 관현악단으로서의 월급이나 개인 레슨비를 모아 실내악 운동을 해야하는 재정 형편 때문에 작곡가에게 창작 실내악곡을 위촉하기 어려운 점등이 가창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국악기 개량, 실내악단간의 교환 연주, 국악실내악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직업 국악실내악단 창단 등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모처럼 활성화되고 있는 국악실내악 운동이 국악계 전반의 활력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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