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 NGO] 시민단체들 '후원의 밤' 줄잇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가을은 시민단체 후원회의 계절. 사업비 조달이 힘겨운 시단단체들이 잇따라 후원의 밤 행사를 열면서 재원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단체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후원회를 열었다. 정계.재계.시민단체 관계자 등 4백여명이 모였다. 이날 걷힌 후원금은 1억6천만원. 예년보다 4천만원 가량이 줄어든 액수다. 그래도 연간 예산 8억원의 20%를 하룻밤에 모았다. 후원금은 절반 가량이 경실련 인사와 정계.재계 인사가 낸 것이다. 동병상련의 다른 시민단체가 낸 후원금은 고작 2백만원 정도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14일 열린 녹색연합의 후원의 밤에는 2백50여명이 참석해 9천만원의 기금이 모였다. 녹색연합 한상민 기획팀장은 "경기 침체로 참석자와 모금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지난해보다 1. 5배가 늘었다"고 말했다. 기금 확보를 위해 초대장.메일.전화 등 예년에 비해 올 후원의 밤 개최 홍보에 훨씬 공을 많이 들인 결과란 자체 진단이다.

지난 11일 후원의 밤 행사를 마친 환경정의시민연대의 경우 예년과 큰 차이가 없이 연간 예산의 10% 정도가 걷혔다고 밝혔다.

박용신 기획조정팀장은 "매달 조금씩 걷는 회비 수익에 비하면 후원의 밤에 모이는 기금은 목돈이어서 평소 재정문제로 엄두를 못냈던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6일에는 함께하는시민행동이, 지난 9월 10일에는 참여연대가 각각 후원회를 열었다. 이는 가을 무렵은 예산이 바닥나 기금이 고갈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후원회에 참석한 인원은 대략 1백20명에서 4백명선. 대부분 알만한 얼굴들이란 전언이다. 환경정의시민연대 朴기획조정팀장은 "4백여 참석자 가운데 우리 단체와 함께 사업하는 곳 등을 포함하면 1백50명 정도가 NGO 관계자였다"며 "그러나 이들이 낸 후원금은 전체의 5% 정도"라고 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연말 후원회에 기대야 할 만큼 예산구조가 취약한 점을 문제삼는다.

경실련 신철영 사무총장은 "회원수가 3만5천명 가까이 되지만 회비가 원만하게 걷히지 않아 재정이 늘 어렵다. 건실한 회원 구조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녹색연합의 韓기획팀장은 "가능하면 후원의 밤 행사를 안 했으면 좋겠다"며 "일상적 회비모금 등이 매끄럽게 된다면 후원의 밤이 아니라 감사의 밤.활동보고회 등의 형식으로 1년간 관심을 보여준 후원자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