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교안보 국론 통합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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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의 군사전략은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죠?"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대북한 압박을 협의하기 위해 방한했지요?" 중국의 전문가들이 한국에 와서 이런 질문을 했다. 중국이 한국보다 북한과 더 긴밀한 군사관계를 가진 탓이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중국 사람들이 한.미동맹에 대해 이렇게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 정부가 중국과 전략적 대화를 어떤 방향으로 전개해야 할지 경각심을 일깨우는 질문들이다.

북한은 한 걸음 더 나간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공격 준비를 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은 북한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동맹"이라고 대외 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전문가들은 한.미안보회의에서 합의한 미국의'핵우산 제공'이 한.미 공동성명에 과거 35년간 있었으며, 한.미 군사전략과 작전계획은 북한이 선제공격을 했을 경우에만 작동되는 것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런 주장을 함으로써 미국과 한국이 북한보다 더 공격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일부 성공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북한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왜곡한 것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다. 최근 미국의 신핵태세 보고서나 이라크공격이 이런 비판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부시 행정부 이전부터 북한이 먼저 핵을 개발하고 있었으며, 지금도 핵억지력과 핵실험 협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선후가 바뀐 주장임을 알 수 있다. 6자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을 이라크와 다르게 취급하고 있으며, 한국의 외교 노력도 이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국내 일각에서는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이 큰데, 그 이유는 주로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한.미 양국의 군사전략이 공세적 전략이라는 주장은 2000년 6.15선언 이후 전면에 등장했다. 주한미군을 범죄집단으로 규정한 인터넷매체와 네티즌의 소리가 넘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 조사에서 일반 국민들의 77%가 주한미군은 한국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90%를 넘는 응답자들이 한.미동맹은 한국의 국익에 매우 중요하며, 동맹의 미래에 대해서도 현 수준을 유지 또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70%를 넘었다. 이렇게 보면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한.미관계를 국익을 위해 활용하고, 더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 국민의 60%가 주한미군을 제외하면 한국의 군사력이 북한의 군사력에 못 미친다고 대답했다. 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노동.학생단체들이 원래의 단체결성 목적과 관련 없는 주한미군, 한.미동맹, MD 같은 외교.안보적 문제에 대해 연대 데모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이런 단체들은 불법적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연대활동을 해야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단체들이 합법화되고 '소리내는 다수'가 된 지금, 한.미관계를 중시하는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그들의 권익 요구에 대한 경청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활동의 범위를 당초의 목적에 국한시킬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한.미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반도에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위해 한.미 공조가 잘 돼야 한다"고 시의적절한 언급을 했다. 이는 한.미관계가 국익에 중요하다는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며, 국가이익을 위해 한.미관계를 강화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외교와 국방에 관한 한 국론 통합을 할 때가 됐다. 중국과 북한이 한.미관계에 대해 가진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도록 우리 정부와 신문방송은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방향으로 여론을 선도하고, 국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분열된 한국 사회가 또다시 자주파 대 동맹파로 더 깊이 분열되는 것을 막아야 할 때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