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에서 다시 축구행정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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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축구인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 김재한(60.사진)씨가 대한축구협회 상근(실무) 부회장에 선임됐다. 1970년대 아시아 축구를 호령했던 장신 포스트플레이어가 한국 축구 행정의 최고봉에 오른 것이다.

축구협회는 30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정몽준 회장이 추천한 김 씨를 만장일치로 상근 부회장에 추대했다. 상근 부회장은 회장을 대신해 축구협회 행정의 전권을 행사하는 자리다.

김씨는 당시로는 보기 드문 1m90cm의 장신으로 한국축구에 '포스트플레이'(장신 공격수의 머리에 맞춰 골을 노리는 전술) 개념을 도입케 한 선수다. 주택은행 소속이던 72년 대표팀에 선발된 김씨는 차범근씨(수원 삼성 감독)와 짝을 이뤄 각종 아시아 대회를 휩쓸었다.

79년 33세로 은퇴한 그는 주택은행 코치와 감독을 거쳐 90년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으로 2년 만에 점포장으로 승진한 뒤 지점장, 본부장을 거쳐 2004년 KB신용정보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그는 2005년 축구용품 유통업체인 '싸카스포츠' 부사장으로 영입돼 경영인으로 다시 변신했다. 지난해 싸카스포츠의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해 올해 경영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그는 축구협회의 간곡한 요청으로 또 다시 변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씨는 "협회 실무는 김호곤 전무를 중심으로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는 현장과 협회를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그가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 간단치 않다. 대표선수 차출을 둘러싼 프로 구단과 협회의 갈등, 친정인 국민은행(주택은행과 통합)의 K-리그 승격 거부 사태를 매끄럽게 해결해야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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