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 맛들여 마구 수입하다 혼쭐/100억대 바나나 썩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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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내가 폭락 5천7백t 폐기처분/일부는 소에 역수출
【부산=강진권기자】 1백억원어치의 수입바나나가 썩고 있다.
수입자유화와 함께 업자들이 다투어 바나나를 수입했으나 국내 가격 폭락으로 수입원가도 못건지게 되자 아예 인수를 포기하거나 반출을 기피하고 있어 보세창구와 선상에서 썩어가는 바나나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일부 수입업자들은 인수를 포기한채 바나나를 운송비대신 선주에게 주는 경우도 있어 외국산 바나나가 역수출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수입이 자유화된 올 1월부터 6월말까지 부산·마산항을 통해 수입된 바나나는 모두 17만9천t.
바나나 수입에 참여한 국내 업체만도 90여개사로 90년 한햇동안의 수입물량 1만2천여t에 비해 15배나 폭증했다.
그러나 이중 5천7백t(수입가 71억2천5백만원)이 이미 폐기처분됐으며 부산시 청학동 국보보세창고등 10여개 저온 창고에 보관돼 있는 2천5백여t도 판로를 찾지 못하고 계속 부패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 감천항엔 1만6백24t의 외국산 바나나가 8척의 선박에 실린채 변질돼 가고 있는 실정.
지난달 17일 오고타 렉스호편으로 부산에 들여온 바나나 2천t(시가 4억5천만원)은 화주가 하역을 포기하고 운송비로 이를 미국선주에게 인도,지난 11일 소련으로 역수출됐다.
이같은 수입바나나의 대량 부패현상은 보관창고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무분별한 수입으로 인한 가격폭락이 주요 원인.
외국산 바나나의 국내 가격은 3,4월까지만해도 상품의 경우 12㎏ 상자당 3만원선에서 최근엔 2만원선으로,중품은 2만4천원에서 1만4천원으로 폭락해 수입가와 비슷한 실정이다.
수입업자들의 이같은 마구잡이식 바나나 수입은 막대한 외화낭비는 물론 수입 바나나의 저온창고 독점으로 인해 양파재배농가와 수산업자들이 창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등 또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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