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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천식 어떻게 구분하나

중앙일보

입력

‘요람을 흔드는 손’, ‘사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에서부터 최근 개봉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이르기 까지... 이들 영화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등장인물이 맡고 있는 역할의 경중을 떠나서 모두 천식을 앓고 있다는 것. 물론 천식을 의학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극의 전개에 있어 긴장감이나 공포심을 배가시키거나 인물에게 닥친 역경을 상징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일 뿐이다. 이렇듯 영화에서 다뤄지는 천식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때로는 너무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속 천식의 모습이 다는 아니다. 천식은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희귀한 질환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천식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 나타나며, 전체 인구의 5~10%인 3억명이 천식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만성질환이다. 전세계적으로 20명 가운데 1명이 천식을 앓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현재 3백만명이 천식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매년 4천명 이상이 천식으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 소아천식 유병율은 10%로 과거에 비해 2배나 증가했으며. 65세 이상 노인의 유병율도 12.7%에 달하고 있다. 천식환자가 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질환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천식이 위험해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천식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식증상이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감기로 잘못 알고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천식이란 기도에 만성적인 알레르기 염증이 생겨 기도의 과민성이 증가된 상태를 말한다. 천식환자는 기도가 예민하여 쉽게 자극을 받으며 자극을 받으면 기도 안쪽이 붓고 객담이 생기며 기관지를 둘러싼 근육이 수축하여 기도가 좁아지게 된다.

천식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는 천명 등으로, 증상이 간헐적이며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천식에서 발생하는 기침은 일반적인 감기, 혹은 기관지염에서 보이는 기침과는 달리 한번 시작하면 연속적으로 나오고 목이 간질간질하며 밤이나 새벽에 더욱 심해진다. 호흡곤란은, 경미할 경우에는 주로 목에 가래가 걸린 듯 답답하고 가슴에 압박감을 느낀다. 심할 경우에는 흔히 기침과 쌕쌕거리는 천명을 동반한 호흡곤란이 오게 되며, 더욱 심해지면 호흡부전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천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합쳐져서 생긴다. 천식환자들은 흔히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하기도 한다. 부모가 모두 천식이나 비염이 있는 경우 자녀에게 천식이 생길 확률은 70%에 이른다. 한쪽 부모만 있는 경우는 30%가 되며, 부모가 모두 건강한 경우에 자녀가 천식이 생길 확률은 3% 미만이다. 유전적 요인보다 성장하면서 접하게 되는 환경적 요인이 더욱 중요하므로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천식이 생기지 않도록 환경관리에 노력해야 한다.

급속한 산업화의 결과로 발생한 대기오염, 알레르기 원인물질 증가 등 천식을 발생시키는 환경적 요인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새집증후군으로 인한 천식 및 알레르기 증상 악화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먼지나 곰팡이에 의한 호흡기 환자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환자가 특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성인천식의 경우 65세 이상의 12.7%가 천식환자로 나타났으며, 40세 미만의 천식환자는 2%, 40~54세는 3.8%, 55~64세는 7.7%로 나타나 노인천식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노인천식의 원인은 주로 흡연에 의한 것으로 흡연자가 천식에 걸릴 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5배나 높다.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국내 소아천식 환자도 최근 들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0년대 까지만 해도 3~4%에 불과하던 소아천식 유병율이 최근에는 6, 7세의 경우 13.3%, 13, 14세의 경우 7.7%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아시아 국가에서도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이다. 소아 전체로 보면 100명 중 10명이 천식을 앓고 있으며 이 중 50%인 5명은 평생 천식을 앓는다. 천식이 잘 치료되지 않거나, 천식이 심각한 상태인 어린이는 다른 어린이와 비교할 때 신장과 체중이 평균 이하이다. 잦은 병치레로 성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소아천식의 적절한 치료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중요하다.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환절기에는 감기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족 중에 3~4주 이상 기침을 계속할 경우 천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감기로 인한 기침과 천식으로 인한 기침은 확연히 구분된다. 감기로 인한 기침은 2주 이내에 회복되고, 열이나 콧물 등 기침 이외의 감기 증상이 수반되는 반면, 천식으로 인한 기침은 수개월간 반복적으로 지속되며, 아침에 비해 밤에 심해진다. 특히 자다가도 심한 기침으로 인해 잠을 깨는 일이 반복되기도 한다.

천식을 감기로 오인해 감기 치료를 위해 아스피린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 급성 천식 발작, 두드러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감기로 인해 천식 증상 악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따라서 천식 진단을 받은 환자라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환절기의 차고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한편, 기침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로부터 진단을 받도록 한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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