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환자 서비스 질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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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병원의 기능은 병든 사람을 낫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이 병원」이라는 지적의 소리가 높게 일고있어 의료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법원의 입원실환경이 지저분할 뿐만 아니라 비위생적이어서 감염위험은 물론 환자들의 정서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각급 의료기관들은 입원환자의 안정과 전염방지를 위해서 일반인들의 병원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병실을 둘러보던 환자들이 불편해 하는 모습과 비위생적인 요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특실이나 VIP실을 제외한 다인용의 경우 법원 측의 관리부실과 이용하는 환자들의 방관으로 병실에 설치된 사물함 등 시설물의 청결상태가 심각한 지경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환자가 넘쳐흐르는 규모가 큰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일수록 심각해 병원에서 또 다른 병을 얻어 나가는 결과를 초래하고있다.
환자들이 이용하는 시설도 매우 열악한 상태에 있다. 비교적 시설이 양호하다는 서울의 한 유명병원의 경우 정형의과병동 6인 실에 휠체어가 한대뿐이어서 다른 환자가 사용할 경우 화장실마저 갈 수 없는 불편을 겪고있으며 병실에 전화가 설치돼 있지 않아 긴급통화가 필요할 경우 현관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질병을 발견하고서도 입원실이 없어서 수술이 늦어지는 등 병세악화를 가져오는 병원진료기능의 모순이다.
앞에 예로 든 병원의 모 교수는 『강원도에서 의뢰 되어온 환자를 진찰한 결과 암1기로 진단되었으나 입원실이 없어서 2개월 후에 입원 및 수술이 가능하다는 병원 측의 통보에 담당의사인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닥치고 말았다』고 병원진료기능의 모순점을 설명했다.
모든 질병이 마찬가지이지만 암은 특히 조기진단 및 조기치료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물론 환자의 응급경중을 고려하지 않은채 입·퇴원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병원 측은 좀더 융통성 있는 대처와 함께 치료능력 제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병원들은 대부분 경영악화 속에서 수많은 직종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진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내적인 인력관리에 골몰한 나머지 환자서비스 개선이 소홀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병원 경영이 어려울지라도 『병원이 병을 만든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돌아서야 되겠는가. 병원인 모두가 새로운 마음가짐과 근무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병원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박현<회사원·29·서울 동작구 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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