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배' 택했던 김근태, 독이 약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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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의 김근태가 난파 직전의 열린우리호를 일단 순항궤도에 올려놓았다.

열린우리당은 29일 오후 국회에서 중앙위원회를 열어 기간당원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당헌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적위원 63명 전원이 참석한 중앙위원회의는 당헌 개정안을 찬성 62명, 반대 1명의 압도적 표결로 통과시켰다.

당해체냐 결속이냐 기로에 섰던 열린우리당은 이날 중앙위 의결로 일단 통합신당으로 가기 위한 최대 관문을 넘어섰다.

이날 결정은 또, 의원들의 탈당을 힘겹게 막아내면서 아슬아슬하게 당을 이끌어온 김근태 당의장의 리더십이 탄력을 받으면서 그의 당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창당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천정배 의원의 탈당으로 당 해체가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김 의장은 "산술적인 이해득실에 몸을 맡기는 것은 상인의 행동방식이지 결코 정치인의 행동일 수는 없다"고 곧바로 천 의원을 비판하면서 당의 동요를 막았다.

김 의장은 이날 표결에 앞서서도 "국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기초당원제냐 기간당원제냐가 아니라 우리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는 결단과 양보를 보여주느냐 여부"라며 "우리의 선택과 결정이 민주개혁세력의 앞날에 두고두고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압도적 다수의 지지와 결의로 당헌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반한나라당 전선의 평화민주개혁세력 대통합이라는 김근태 의장의 정계개편 구상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반면, 이날 결정으로 이미 탈당한 임종인, 이계안, 최재천, 천정배 등 탈당 4인방의 행보에는 잔뜩 안개가 꼈다.

천 의원과 함께 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안민석, 김재윤, 이상경 의원 등은 현재로서 탈당을 하지 않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신당으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20명)인 교섭단체를 만들기도 어려운 처지다.

또한 30일 탈당을 예고했던 염동연 의원도 이날 결정으로 고민에 빠졌다. 중앙위 결정에 상관없이 탈당을 공언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탈당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

임종석, 송영길 의원 등 당내 재선 의원들은 물밑에서 민주당 의원들과의 접촉빈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만나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국면이라면 탈당 4인방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 사면초가에 몰린 이들이 다시 당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우상호 대변인은 29일 오전 브리핑에서 "지상을 박차고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새들도 결국은 지상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 탈당 4인방을 향해 뼈있는 한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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