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모 된 北경수로 장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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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대북 경수로 건설 공사를 다음달 1일부터 1년 동안 중단키로 21일 발표함에 따라 공사장 인력 및 장비.자재 철수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KEDO 결정이 발효되면 지금까지 진행돼 오던 건설.설계.작업 등 모든 공정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KEDO는 일단 북한과의 협의를 거쳐 최소한의 공사 현장 관리 요원을 제외한 인력과 장비.자재를 빼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사 현장에 투입된 자재(약 2천만달러)와 장비(약 2천만달러) 반출은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이 경수로 공사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없이는 장비.설비.자재와 기술문건의 반출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이달 초 KEDO 측이 공사 중단에 대비해 일부 기자재를 실어내려는 것을 저지한 바 있다.

따라서 KEDO와 북한 간의 추가 협상에서 이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장비.자재 반출 지연이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KEDO의 장비 리스 비용 부담은 커지게 된다.

경수로 공사장 인력 5백25명(KEDO 6명, 한국 3백59명, 우즈베키스탄 95명, 북한 1백명)의 경우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 단계적으로 철수하게 된다.

경수로 건설 주계약자인 한국전력 측은 적어도 1백20명가량의 근로자가 현장에 머물러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인원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당초 책정된 전체 공사비 46억달러 가운데 공사 중단에 대비한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다 공사 중단 기간이 1년을 넘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3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경수로 공사 현장의 보존 공사와 주변 환경 복구 공사는 당분간 진행된다.

KEDO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북핵 문제가 발생한 이후 공사속도가 늦춰지면서 공사 중단을 대비한 공사도 일부 진행해와 올해 말까지는 현장에 남게 되는 요원 등이 현장 보존을 위한 공사를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수로 공사로 훼손된 금호지구 주변 환경 복구 공사는 내년 3월까지 매듭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수로 공사 자재.장비 반출을 둘러싼 북한-KEDO 간의 마찰이 6자회담 차기 회담 개최 문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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