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인기작가] 13. 헬메 하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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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메 하이네(62.사진)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책 작가다. 방랑벽이 있어 유럽.남아프리카.아시아 등지를 두루 여행하며 풍자 잡지를 내고, 배우.감독.무대 제작 일도 하며 조각과 가구 만들기에도 재능을 보이는 만능인이다. 그래도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일은 어린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림책에 녹아 있는 그의 개성은 자유로운 생활과 사고방식에서 우러나온 듯하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옮겨 놓은 듯 온갖 장난을 치면서도 우정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수탉 프란츠, 돼지 발데마르, 생쥐 조니 등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세 친구''세 친구의 즐거운 나들이'(시공주니어) '생쥐 조니의 일기장'(중앙 출판사)에 등장하는 세 동물은 해적 놀이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물 속을 내달리기도 하는 장난꾸러기이자 모험가들이다. 예측할 수 없는 아이들의 엉뚱하지만 기발한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세 친구 시리즈'에서 표현되는 친구들간의 우정 외에 하이네가 그림책에서 주로 다루는 또다른 주제는 '남과 다름'이다. 신간 '어린 음악가 폭스트롯'(달리.그림)의 아기 여우는 벌과 새의 소리를 흉내내기 좋아한다. 부모 여우는 조용하지 않으면 먹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여우답지 않게 시끄러운 아기 여우가 못마땅하다. 그런데 닭 사냥을 갔다가 총을 든 산지기를 만나자 아기 여우가 꾀꼬리 소리를 흉내낸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걀'(시공주니어)은 세마리 닭의 뽐내기 결과를 통해 개인이 지닌 아름다움이란 순위를 매길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하이네의 철학적인 면을 엿보게 하는 책도 있다. 성장과 소멸이라는 인생의 순환 과정을 그림과 짧은 글로 설명해 주는 '코끼리 똥'(베틀북)이 그 책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늘다가 생의 절반 가량을 넘어서면 갯수가 점점 줄어드는 코끼리 똥을 소재로 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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