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몰린 불법체류자 '신분증 사기' 또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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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강제 출국 위기에 몰린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상대로 '신분증'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가짜 외국인 등록증이나 주민등록증.고용확인 신고서로 절박한 불법 체류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0일 강제 출국 대상 중국 동포를 상대로 위조한 외국인 등록증과 주민등록증을 팔아넘기려 한 혐의(공문서 위조)로 중국 동포 李모(63)씨와 부인 金모(60)씨를 구속했다.

본인들도 불법 체류자인 李씨 부부는 최근 서울 대림동 일대에서 출국 대상인 중국 동포 11명에게 2백만원씩 받고 가짜 외국인 등록증 10장과 주민등록증 1장을 팔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불법 체류자에게서 넘겨받은 사진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전문 위조조직에 넘겨 가짜 등록증을 만들도록 한 뒤 국내로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등록증은 법무부가 체류허가를 한 외국인들에게 나눠주는 신분증이다.

경찰은 李씨의 통장에 수천만원이 입금돼 있어 이미 수십명의 불법 체류자에게 위조 신분증을 판매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李씨 부부는 경찰이 불법 체류자를 검문할 때 여권과 외국인 등록증 소지 여부만 확인할 뿐 증명서의 진위는 출입국관리소만 알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에는 중국 동포 전모(35)씨가 중국에서 위조한 외국인 등록증 4장을 밀반입하려다 인천국제공항 출입국관리소에 적발됐다.

또 12일에는 유령회사를 차린 뒤 중국인 근로자 24명에게 30만원씩 받기로 하고 허위 고용확인 신고서를 작성한 혐의(공정증서 부실기재)로 崔모(48)씨 등 일당 4명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 구로구 중국인교회 최항규 목사는 "지난달 취업확인 신청을 마감할 때는 가짜 고용확인서를 발급해 주겠다는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렸는데, 최근엔 위조 신분증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경찰 수사는 미진한 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도 떳떳하지 못한 입장이어서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수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필규.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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