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여왕 볼에 키스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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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부터 21일까지 테러위협과 반미 여론이 들끓는 영국 방문 길에 오른다. 영국 런던 경찰청은 부시의 방문을 겨냥한 알카에다의 테러 공격과 관련된 협박 첩보가 접수되고, 런던 도심에서 10만명의 반전시위가 예정돼 있어 17일부터 최고 수위의 보안 태세에 들어갔다.

런던 경찰국은 이 기간 중 경찰력을 당초 5천명에서 1만4천명으로 늘려 배치하기로 했다. 경찰과 보안 당국은 공항.지하철.항만 등에 테러 경계령을 내렸으며, 부시 대통령이 이동할 때마다 인근 지역 휴대전화 착.발신을 차단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측은 "방문단에 포함된 2백50명 비밀요원에 면책 특권을 주고 런던 도심 전역을 '소개지역'으로 지정할 것"까지 요청했지만 영국 정부가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따른 경호비만 1천만유로(약 1백39억원)다.

또 미국 언론들은 1918년 우드로 윌슨 이후 85년 만에 처음으로 국빈자격으로 영국을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반미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행동 요령'을 제시하기도 했다.

뉴욕의 데일리 뉴스는 18일 "엘리자베스 여왕과 만났을 땐 애완견이나 말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정치인은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언급하라"며 "여왕과는 악수만 허용되므로 볼에 키스하지 말고, 그렇다고 허리를 굽혀 인사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국가원수는 허리를 굽히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를 제시했고, 부인 로라 여사도 무릎을 굽혀 여왕에게 인사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했다. 부시 대통령의 숙소는 버킹엄궁이며, 여왕 주재 만찬,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회담 등의 일정을 보낸 뒤 총리의 고향인 세지필드를 방문한다.

윤혜신 기자
사진=런던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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