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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펜션 난립에 신음하는 평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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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강원도의 대표적 청정 지역인 평창군 일대에 최근 펜션이 잇따라 들어서 난(亂)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사전환경성 검토와 지구단위 계획 등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분할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등 편법이 동원되는가 하면, 건축 면적을 속이거나 펜션 개발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아 거액을 가로채는 불법 행위까지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난개발 실상=평창군 봉평면 흥정리 흥정계곡 4㎞ 남짓 구간에는 2백여채의 펜션이 건립됐거나 건립 공사 중이다. 산을 등진 곳이나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는 어김없이 펜션이 들어서 있다.

주민 강모(가명.77)씨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40가구가 살면서 소규모 민박을 운영해 왔으나 외지인이 지은 펜션이 계속 들어서면서 이제는 10여가구밖에 안 남았다"며 "무엇보다 청정한 계곡물을 찾아볼 수 없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평창군에 펜션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 처음에는 단독형 펜션이 한, 두채 들어섰으나 평창군이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면서 개발 붐이 불면서 봉평면을 비롯해 용평.진부.도암면 등에 분양이나 숙박업을 위한 단지형 펜션이 우후죽순 들어선 것이다.

평창군은 2000년 10여개에 불과하던 펜션이 2001년 1백여개, 지난해 5백여개로 급증했으며 올해 연말엔 1천개가 넘어설 것으로 보 있다.

◇ 잇따르는 편법.탈법=서울 L업체의 펜션 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인 봉평면 무이리 일대 5만여㎡. 24가구 규모의 펜션을 짓고 있는 이곳은 당초 밭으로 지난 8월 40여명의 토지 소유주 중 24명의 명의로 9천9백㎡를 개발하겠다고 군청에 신고했다. 그러나 실제 개발면적은 5만여㎡나 돼 주변에 밭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이로 인해 현행법상 농경지나 임야 등의 개발행위를 할 경우 면적이 1만㎡(준농림지 기준) 이상이면 사전환경성 검토를 거쳐야 하는 점을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9천9백㎡만 신고한 뒤 불법 개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L업체 관계자는 "신고 지역만 개발 중이고, 나머지 땅은 소유주 동의를 받아 토사 등을 쌓아두고 있는 것뿐으로 공사가 끝나면 밭으로 원상복구할 계획인 만큼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원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개발행위를 신고하지 않은 지역이 훼손됐다면 명백히 불법 행위"라며 "평창군에 현지 확인을 통해 불법사실이 드러나면 시정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평창군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사전환경성 검토를 피하거나 지구단위 계획 수립(3만㎡ 초과 개발)을 벗어나기 위해 지적 분할된 토지 면적은 2백48만여㎡로 이중 대부분이 펜션 개발용 부지다. 이와는 별도로 분양 사기나 신고 면적과 다르게 펜션을 지었다 적발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평창군 도암면 일대에 펜션단지를 조성한다고 투자자를 모집해 평당 3천원 정도인 임야 2만여평을 평당 15만원씩에 되팔아 41억원을 가로챈 H부동산컨설팅 대표 정모(42)씨 등 4명에 대해 사기 혐의로 불구속 수사 중이다.

이에 앞서 평창경찰서는 지난달 하순 봉평면 등지에 연면적 3백여㎡의 2층짜리 펜션을 지어놓고 사전 건축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연면적 2백㎡ 이내의 1층짜리 주택으로 허위 건축물 대장을 꾸민 혐의(건축법 위반)로 W회사 대표 전모(50)씨 등 2명을 입건했다.

◇ 대책=평창군은 소규모 지적 분할 등을 이용한 펜션 개발이 잇따르자 난개발 방지를 위해 지적 분할을 했더라도 총 개발 면적이 1만㎡를 초과할 경우엔 추가 개발지에 대해 사전 환경성검토를 받도록 하고 조건부 허가를 내주기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평창군 관계자는 "최근 기업형 펜션이 늘면서 편법 개발로 청정 자연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개발과 보전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평창=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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