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신축만큼 개·보수도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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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극장 설계부터 무대설비까지 지방마다 거의 똑같더군요. 세종문화회관 개.보수 과정에서도 10년 전 무대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들끼리라면 다목적홀을 두개 지을 게 아니라 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를 나눠 지으면 훨씬 효율적입니다."

오는 2007년까지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개.보수 작업을 진행 중인 독일 출신의 극장 컨설턴트 호르스트 쿤켈(40.사진)이 최근 내한했다. 지난 11일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주최로 열린'선진 공연장 운영 및 컨설팅 사례'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중국 항저우 오페라하우스 컨설팅 작업으로 알게 된 국내 무대기술 업체 자스텍(대표 원한수)의 소개로 지난해부터 총 50일 동안 국내에 머물면서 서울과 지방 공연장을 둘러 보았다.

"건물의 문화재적 가치를 중시하는 유럽에서는 공연장 개.보수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가 쉬운데 반해 한국에서는 정반대더군요. 개.보수보다 신축이 더 쉽다고 들었어요. 지자체 단체장들이 재임 기간 중 공연장을 신축해 업적으로 내세우고 싶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볼쇼이 극장의 경우 2007년을 목표로 매년 여름 휴관 기간을 이용, 기존의 오페라하우스를 콘서트홀.무도회장 겸용으로 개조 중이다. "무대 설비 안전 기준(DIN)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독일에서는 무대에서 화재나 낙하.추락.단선 등의 사고가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무대에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선 모두 브레이크와 채널이 2개가 있어야 합니다.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무대가 올 스톱되는 일은 없어야죠."

그는 개.보수는 물론 설계 과정에서 컨설팅을 받으면 건축 예산도 절약되고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재 수준의 무대 설비로는 빠른 무대 전환을 요구하는 첨단 연출법을 가미한 유럽의 공연을 '수입'하기도 어려워요. 무대 기술의 한계 때문에 좋은 공연을 올리지 못한다면 문제 아닙니까."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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