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 세계1위 오른 서울시…정보는 탄탄, 보안은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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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 전자정부가 전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음에 따라 앞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전자정부 구축도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 서울시가 구축한 전자정부 노하우와 기술을 세계 각국에 수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국내 정보기술(IT)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 부문에 대한 성적은 선진국 도시들에 못 미쳐 앞으로 개선돼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예컨대 시민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번호가 바로 암호화되는데 서울시 시스템에는 이런 기능이 없어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또 자료를 내려받기 할 때 자료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지 않은지를 검사해주는 기능이 없어 이용자 불편은 물론 대형 행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행정 서비스와 시민 참여=온라인 공과금 납부와 전자입찰 등이 이뤄지는지, 시민들이 각종 시정 제안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있는지 등을 평가했다. 서울이 서비스.시민참여 두 분야 모두 1위였으며, 홍콩.싱가포르.로마 등이 상위에 올랐다.

서울은 시민의 제안이나 불편사항 신고에 대해 대부분 하루 안에 응답하는 등 가장 신속한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또 청계천 복원 등 시의 활동.정책에 대해 시민 만족도를 조사하고 이를 바로 공개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세금은 낼 수 있어도 주차위반시의 과태료 등은 낼 수 없다.

◇정보 콘텐츠 및 이용 편의=정보 검색 등의 편리성과 콘텐츠의 다양성을 보는 분야다. 콘텐츠는 뉴욕과 스웨덴의 스톡홀름이 공동 1위였으며, 이용 편의는 홍콩이 제일 뛰어났다. 서울은 콘텐츠 4위, 이용편의는 3위였다.

뉴욕과 스톡홀름 홈페이지에서는 시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으로 어떤 것을 추진하고 있고, 언제 관련 회의가 열리는지까지 알 수 있다. 공무원 채용 정보 등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뉴욕이 투명한 운영을 위해 예산의 세부 쓰임새까지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서울을 비롯한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배워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서울은 직원 개개인별 업무와 전화.e-메일 등을 밝혀 놓아 시민들이 필요할 때 누구와 접촉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정보보호=서울이 순위는 3위지만 절대 점수에서는 크게 떨어졌다. 1위 홍콩은 20점 만점에 15.4점인데 서울은 11.07점이었다.

홍콩은 온라인으로 공과금 등을 낼 때도 온라인 금융거래를 하는 것처럼 전자서명을 이용해서 본인 확인을 하고 있다. 또 우리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을 주고 받을 때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해커들이 엿보더라도 실제 숫자는 알아볼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은 전자서명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데이터 암호화도 하지 않고 바이러스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체계도 갖추지 않았다.

◇어떻게 평가했나=정보 보호.이용 편의 등 5개 부문에 걸쳐 총 94개 세부항목을 조사했다. 한 도시에 대해 성균관대와 미국 뉴저지주립대 연구팀이 별도로 평가한 뒤 점수 차를 조정했다. 평가에는 총 44개 국어를 할 수 있는 1백50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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