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마다 골재채취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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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주택 2백만호 건설의 무리한 추진으로 육지의 골재가 바닥나 바닷모래까지 동원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곳곳의 하천이 일선 시·군의 재정확보 등을 이유로 마구 파헤쳐져 상수원 오염, 생태계 파괴, 각종 사고위험을 더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골재 채취업자들이 허가지역이나 허가량을 어기고 무분별하게 골재를 캐내 불법 반출하고 있으나 관계당국이 이를 묵인하거나 형식적인 단속에 그쳐 하상 보호가 되지 않는 등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기도 하다. 각지의 하천골재 채취실태를 알아본다. <제2사회부>

<홍수땐 제방유실 우려>

<충남>충남도내 시장·군수가 직영하고 있는 직할하천인 금강의 골재채취 허가가 해당 시·군의 수익과 수요공급에 치중, 마구 남발되는 바람에 하상이 낮아져 금강위를 지나는 대교의 붕괴우려가 큰데다 홍수때 물의 흐름이 바꿔는 바람에 제방 유실 등의 피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에 따르면 85년부터 매년 시장·군수가 대행업자를 선정, 도내 금강지역인 공주시금성동, 공주군 반포면 원봉리, 부여군 규암면 규암리, 연기군 금남면 부용리앞 등 12개소에서 모래 2백49만3천입방m, 자갈 60만1천입방m등 모두 3백9만4천입방m를 채취, 1백7억3백여만원의 수익을 올려 왔다는 것.
이 수익 중 59억원이 대행업자 수수료.
그러나 금강의 모래가 마구 채취돼 연기군 금남면 용포리 국도 1호선인 금강대교 교각 25개중 11개의 하상이 2m이상 낮아져 기초 콘크리트파일(일명 기초말뚝)이 물위로 50m이상 노출돼 교량붕괴 및 대형사고의 위험을 안고있다.
금강대교는 하루 1만여대의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또 대청호가 완공되면서 대청호 아래쪽인 연기·공주·부여·청양·서천 등에서는 골재채취로 낮아진 하상이 메워지려면 종전 1∼2년 걸리던 것이 6∼7년 이상 걸리는 실정.

<군 예산 5%이상 충당>

<강원>강원도내 각 시·군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골재 채취가 시·군의 주요 세외 수입원이기 때문에 골재가 있는 곳이면 어느 하천이고 파헤쳐지고 있다.
원주군의 경우 올 골재채취량은 73만6천입방m로 17억원의 군수입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군예산의 5%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강원도내 골재사업은 모두 시·군 직영사업으로 시·군에서 직접 골재업자 등에 판매하며 골재 채취업자에게는 채취·선별·상차비 명목으로 일정액을 시·군에서 지급하고 있어 불법 반출우려는 적으나 상당수 채취장에서 무단반출 및 과다반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골재채취로 일부지역에서는 상수원 오염, 환경파괴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삼척군의 경우 삼척시 상수원인 미노면 오십천에서 골재를 채취, 상수원이 오염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양양군의 경우 연어·은어 회귀천인 남대천을 마구 파헤쳐 생태계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또 춘천시는 의암호에서 모래를 채취하면서 운송을 위한 길을 호수위로 개설, 정상적인 물 흐름을 막아 고인 물이 썩는 등 환경오염을 가속시키고 있다.
화천군의 경우 읍 주변 붕어섬에서 골재재취를 해왔으나 붕어섬을 주민의 휴식공간으로 가꾸어야 한다는 주민과 군 의회의 요구에 따라 골재 생산을 지난2월초 중단했다.

<뇌물 주고 불법 반출도>

<전북>
섬진·만경·금강 등 전북 도내 주요 하천의 골재 부존량이 바닥을 드러내 전국체전에 대비, 도로포장 등 각종 건설공사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자재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도가 조사한 도내 하천골재 부존량은 금강유역 98만5천6백42입방m, 섬진강 1만5천입방m, 만경강 11만2건7백45입방m, 기타 20만3천7백64입방m 등 1백31만7천1백51입방m로 올해 수요예상량 3백25만4천입방m의 40%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존량 가운데 채취 가능량은 53%인 69만5천8백98입방m에 지나지 않는다.
도는 이처럼 엄청나게 모자라는 골재를 2백26만5천입방m의 육골재(밭에서 채취) 와 산골재(산에서 채취)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골재 채취과정에서 대부분 허가면적이나 허가량을 초과, 말썽이 빚어지고 있다.
89년부터 골재채취를 직영하고 있는 전북 남원시의 경우, 사업 첫해 7억8천1백만원의 순 수입을 올려 1년 전의 1억8천만원에 비해 4배가 많았고 지난해에는 8억8천만원의 순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6만4천4백평방m의 골재를 불법 반출, 2억원 어치의 부당이득을 취한 부정사건이 발생, 지난 5월25일 군청 건설과장 등 관계공무원 6명을 포함한 8명이 구속되거나 입건됐었다.

<작년보다 65% 늘어나>

<경북>
경북도가 87년 지방자치 단체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 골재 채취를 시군 직영사업으로 전환한 이후 일선 시군의 무분별한 골재채취로 상수원 오염 등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도내 33개 시·군은 올해 2백30개 지구 하천에서 관수용 골재 2백56만입방m, 민수용 8백97만6천입방m 등 총1천1백53만6천입방m를 채취키로 계획하고 이미 3백9만7천입방m(시가 51억원)를 채취,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골재 채취량이 65%나 늘어났다.
낙동강은 지나친 모래채취로 장마철 홍수 때 각종 폐수가 섞이는 등 상수원 오염이 가중되고 있으며 특히 달성군은 하루 1백11만t의 낙동강물을 취수하는 대구시 상수도 보호구역 3km이내에서 지난해 20만입방m와 올해 31만입방m의 모래를 채취하는 등으로 대구시민들의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있다.
도내 시·군 가운데 올해 달성군이 골재 66만9천입방m 22억원, 고령군이 63만4천입방m에 21억원, 칠곡군이 44만5천입방m에 14억원, 선산군이 34만3천입방m에 12억원의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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