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혼 찾자 현대미술 새바람-세대·양식초월 대규모 기획전 잇따라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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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현대미술에 있어서 「한국성」을 모색해보는 두개의 대규모 기획전이 나란히 열리고 있어 주목된다.
오는 25일까지 한원 갤러리(588-5642)에서 열리고 있는「한국 현대미술의 한국성 모색Ⅲ전」과 19일까지 서울 시립미술관(736-2026)에서 계속되는「91 서울, 현대한국화전」.
「한국 현대미술의…전」은 70∼80년대를 풍미하며 대립과 갈등을 보였던 소위 모더니즘계열과 민중계열의 당시작품을 통해, 「현대 한국화전」은 30∼40대를 중심으로 한 한국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각각 한국성을 찾아본다는 의도로 이뤄졌다.
두 전시회의 형식과 성격은 비록 다르지만 시대와 양식을 초월해 흐르는 한국적 특질을 추출해보자는 것이다.
「한국 현대미술의…전」은 70∼80년대 모더니즘 미술을 주도했던 모노크로미즘(단색주의)·미니멀리즘(최소주의)계열의 주요작가 30명과 민중계열을 중심으로 현실 비판적 리얼리즘을 추구했던 작가 30명의 당시 대표작들이 한자리에 잇따라 전시된다.
이 두계열은 70∼80년대를 통해 갈등과 대립을 보이며 미술계를 양분하다시피 하면서 각각 독자적인 한국성을 모색해 왔다.
미술평론가 김복영씨(서울시립대 교수)는 『모더니즘계열은 결코 서구의 것에 편향된 방법이나 양식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 자신의 정신적 특질을 재발견하려고 노력한 결과 범자연성 의 특성을 획득했다』고 말하고 『그러나 그 범자연성은 현실성을 상실한 낭만적이고 몽상적인 한계를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편 민중계열은 서구적 리얼리즘의 한국적 변용을 통해 가려졌던 기층민의 소외된 삶과 역사적 의미를 재발견했다』고 말하고 『그러나「현실」에 지나치게 기울었기 때문에 정작 작품이 지녀야할 자립성 확보에 많은 허점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계열이 『한국성 표명에「부분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하고『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성 모색에 관한 작지만 귀중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91 서울, 현대 한국화전」은 현대 한국화에 깃든 고유의 정신성을 모색하기 위해 중견한국화가 8명이 중심이 돼 지난 89년부터 기획해 온 전시회다.
이들은 화단의 뿌리깊은 고질인 학연·지연을 떠나 활동이 활발한 30∼40대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화의 구조적 변혁과 방향모색을 추구하고 있다.
이 전시회의 추진위원들은 이경수(홍익대), 이숙자(홍익대), 이왈종(중앙대), 전내식(중앙대), 정치환(서울대), 한풍렬(서울대), 홍석창(홍익대), 황창배(서울대)등이다(괄호 안은 출신학교).
이번 전시회에는 추진위원들이 선정한 72명의 작가들의 최근작이 내걸렸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이 전시회는 80년대 전반의 수묵화 운동과는 달리 집단운동보다는 개별적 성숙도의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하고 『오늘의 한국화는 현상을 단순히 묘사, 서술적 태도에서 벗어나 구조적으로 이해하려는 구성주의의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점에서 전통회화와는 다른 뚜렷한 의식의 전환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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