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영향 한국 보통, 북한 위험 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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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세계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다보스 AP=연합뉴스]

기후 변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되면 세계 여러 나라는 어떤 타격을 받게 될까.

최근 다보스 포럼이 '2006년 세계 기후 변화 지도'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에 그 답을 올렸다. 기후 변화가 전 세계 지도자들과 기업인 등 2400명이 모인 올해 다보스 포럼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와 관련한 회의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기후 변화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가장 타격을 크게 받을 나라는 아프리카 지부티와 이집트,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는 동유럽의 아르메니아와 뉴질랜드.싱가포르 등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회사인 메이플크로프트가 전 세계 189개국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로부터 영향을 받는 정도를 수치로 산출해 만든 보고서 내용이다. 세계 각국의 지형.인구.환경.날씨 변화 등의 자료를 분석해 기후 변화 지수(CCI.Climate Change Index)를 산출한 뒤 순위를 매겼다.

분석 결과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이 기후 변화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해 '매우 많은 영향을 받는 그룹'에 속한 31개국 중 미국.캐나다.네덜란드만 선진국이고 나머지 28개국은 모두 가난한 나라였다.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와 기후 변화로부터 크게 타격을 받는 나라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과를 얻었다"며 "가장 위험에 처한 최하위 10개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일본은 중간 그룹에 속했으나 북한은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는 다보스 포럼 핵심 주제=24일 개막식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 포럼 회장은 "우리는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조명해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는 기후 변화, 세계화, 도하 라운드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갤럽이 다보스 포럼 참석자들에게 사전 설문조사를 한 결과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응답자의 20%가 환경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꼽아 지난해의 9%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요구에 맞춰 닷새간 진행되는 올해 포럼에는 기후 변화에 관한 회의가 17개나 개설됐다. 이는 기업이 환경을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여기던 과거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기업인과 정치인도 환경 의제에 동참=개막 연설에 나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 안보를 세계가 직면해 있는 두 가지 최대 도전으로 규정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유럽연합(EU)이 15%를 차지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은 세계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구속력 있는 체제를 필요로 한다"라고 강조했다.

개막 직후 열린 토론회에서 네빌 이스델 코카콜라 회장은 "코카콜라는 매년 사용하는 물의 양을 4%씩 줄이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협력해 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냉각 장비를 배치하는 한편, 오존층 파괴와 관련이 있는 염화불화탄소(CFC)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닐 미탈 바르티그룹 회장은 "경제 성장으로 인도는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처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스키장에 눈이 내리지 않고, 한겨울에 꽃망울을 터뜨리며, 그린란드의 얼음이 녹는 등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는 기상 이변이 지도자들에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환경 문제를 도외시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24일 국정연설에서 이례적으로 '휘발유 소비 20% 감축' 등 환경 의제를 강조했다.

박현영 기자

◆기후변화지수(CCI.Climate Change Index)=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나타났을 때 국가별로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산출한 지수. 국가별 지형.인구.환경.기상 등을 고려해 0에서 10까지 점수를 매긴다. 점수가 낮을수록 기후변화에 따른 타격을 많이 받고, 10에 가까울수록 적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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