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알지만 외국인 쓸수밖에…”/해외인력 불법고용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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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력난 봉제공장 5번 적발사례도/동남아출신 만여명 저임업종 취업
『동남아의 근로자를 취업시켰다가 다섯번 적발돼 모두 3백만원의 벌금을 물었어요. 전과 5범이 됐지요. 봉제공장을 꾸려가자니 앞으로도 「별」을 더 붙일 각오를 하고 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도 양주군에 있는 S사대표 최모씨(36)의 푸념이다.
최씨는 『7년전부터 30여명의 종업원을 데리고 공장을 운영해왔으나 12명만 남고 모두 나가버려 2년전부터 외국인을 고용해왔다』고 털어놓았다.
최씨는 현재 5명의 태국근로자를 기숙사에 머무르게하며 공장에서 일하게 하고 있다.
『지금 데리고 있는 태국인들은 작년 10월께 브로커로부터 한명을 소개받은뒤 그가 태국에 연락,친구들을 불러온 것입니다. 대부분 관광비자기간(3개월)이 지났지만 당국에 적발되면 쫓겨날 작정으로 그대로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최씨는 이들에게 한달에 3백50달러의 봉급과 수당등 모두 4백달러를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근로자의 임금(40만원)보다 돈이 덜 들뿐더러 워낙 일손구하기가 힘들어 불법인줄 알면서도 계속 외국인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주위에 있는 공장들로부터 동남아근로자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자주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씨의 사례는 전국 수백여개의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외인력 불법취업실태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인 불법취업자수는 작년에 적발된 것만 1천1백98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 1천16명이 단순 노동자들이며 1천2명이 동남아근로자들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불법취업 적발건수로 미뤄볼때 연간 1만여명의 불법취업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있다보니 이들을 매개하는 신종브로커도 생겨나고 있다.
해외인력시장의 브로커들은 한사람의 외국근로자를 기업주에게 연결시켜주는데 10만∼15만원을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업종은 섬유·피혁등 경쟁력이 떨어져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업종이 대부분이다.
외국인 불법취업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국적도 필리핀·태국등에서 방글라데시·파키스탄·네팔·인도·미얀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동남아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기술이 없어 처음에는 물건운반등 허드렛일을 하지만 비교적 성실해 3개월쯤 지나면 단순한 기계조작이 가능하다는게 고용업체들의 얘기다.
그러나 최근에는 불법취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근로자의 질이 예전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제조업의 인력난이 심화된 것은 근로자들이 소득증가에 따라 「더러운 일」을 피하려는 탓도 있지만 우리경제가 인플레없이 국내자원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을 넘어서 과속성장을 하게된데도 적지 않은 원인이 있다.
따라서 해외인력의 활용문제는 당장의 인력부족만 따질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정책과 맞물려 인력수급계획을 짜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인력수입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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